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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믹서기를 돌린다.

소풍 온 것처럼

by 바다의별

오늘도 가을비가 내린다.

척추가 고장 난 나에겐 '이제 그만 햇살 쫌' 고개를 젓게 만들지만 이런 날은 또 글을 쓰게 한다.


남편이 돌리는 믹서기 소리가 요란하다.

남편은 구수하다고 하는데 나는 뭐 그리 당기는 냄새는 아니다.


명절이 다가오면 우리 집은 택배차가 바삐 오고 간다. 아이들의 명절 먹거리를 남편은 현지 직송으로 구입을 하기때문이다.


작년 설에는 꼬막 10킬로 한 자루를 주문했었다. 한 달 동안 우리 여섯 식구가 수시로 꼬막비빔밥을 해 먹고도 냉동실에 보관이 되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말이니 이렇지만 남편과 둘이서 까는 꼬막 10킬로는 두 번 다시 꼬막 구입은 생각도 않게 했다. 그래도 남편은 꼬막무침 좋아하는 둘째를 위해 내 눈치 보며 4킬로만 주문했다. 본인이 까는 걸로 하고.


큼지막한 아이스박스가 또 배달이 되었다.

올 추석의 메인요리는 '장어'란다.

꼼꼼하게 리뷰를 훑어보고 구입한 거라고 했다. 이제 날씨가 추워지면 숯불에 굽는 것이 어려우니 날씨 좋을 때 구워야 한다는 나름의 논리다.


유튜브를 열심히 검색한 남편이 장어뼈와 머리도 같이 배달을 주문했다고 한다.


'장어탕'


비린 거 좋아하지 않는 나에 이 요리를 주문하는 건 염치가 없었는지 아님 허리병난 마눌님이 안쓰러웠는지 남편이 하기로 했다.


미리 혼자서 시식한 장어 한 마리는 본인의 입맛에 딱이라고 한다. 굳이 한 조각 먹어보라고 사정이지만 단호히 거절했다. 별로임.


오전 내 남편의 부산한 부엌출입으로 나는 부엌에서 자유로워졌다.


남편의 장어탕 레시피는 이렇다.

ㆍ곰탕 고듯이 푹 끓인 장어를 믹서기에 간다.
ㆍ곱게 갈린 장어는 채에 받쳐 냄비에 부어준다.
ㆍ무청시래기에 된장 약간, 들깨가루와 고츳가루를 넣고 같이 버무려준다.(작년 겨울 말려놓은 무청시래기를 삶아서 냉동고에 얼려놓았었다)
ㆍ버무린 시래기를 넣고 다시 푹 끓여낸 후 후춧가루. 파. 다진 마늘. 청양고추 두어 개를 넣고 다시 한 소끔 끓여낸다.
ㆍ간을 보고 참치액젓을 추가한 후 그릇에 담아낸다.


오늘은 내가 간을 보는 걸로 했다.

어라~~

맛있다.

추어탕 같기도 한 것이 우째던 진한 맛이다.


싫어하는 음식 중 한 가지가 매운탕과 추어탕인지라 그냥 간만 보았다.

그리고 우리 너튜브 찍는 건 어떠냐고 너스레도 떨어본다. 조회수 엄청 나오겠다 이른 기대도 추가해 보면서.


남편의 입맛에 딱 맞은 장어탕은 추석연휴에 올 아이들을 위하여 냉장고에 잘 보관해두란다.


남편이 장어탕을 끓이는 동안 나는 식혜를 했다. 둘째네 싱크대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묵은쌀을 식혜로 처리하기로 했다.

이건 30인용 밥솥이 다 알아서 해준다.


오늘도 간단한 식혜레시피 다시 올려본다.

ㆍ쌀을 5컵정도 씻어서 전기밥솥에 고슬고슬하게 밥을 짓는다.
ㆍ엿기름 한 봉지를 마자루에 담아 입구를 잘 묶어 준다음 밥 위에 올려놓는다.
ㆍ물을 넉넉하게 부어준다.
ㆍ보온 버턴을 누른 후 5.6 시간 정도 지난 후 밥알이 떠 오르기 시작하면 뚜껑을 열고 취사버턴을 누른다.
ㆍ끓기 시작하면 적당량의 설탕을 넣고 끓여주면서 거품을 걷어낸다. 전원코드를 뽑아도 한참 동안 끓는다.
ㆍ간을 본 후 취향에 따라 설탕양을 조절한다.
ㆍ식혀서 통에 담아 김치냉장고에 보관한다.

오늘 하루는 이렇게 추석음식을 준비했다.

명절이면 어디 펜션 얻어서 놀러 가는 누군가가 부러웠는데, 우리 집은 우리 집이 펜션 온 거로 한다. 며칠 펜션 주인 노릇 좀 하지 뭐.


그동안 해금하려 소금물에 담가둔 꼬막을 씻어 삶았다. 오늘은 아직 날씨가 더운지라 혹시나 하고 꼬막 입이 다 열릴 때까지 삶았다.

자 이젠 남편이 꼬막을 깔 시간이다.

나는 양념을 준비하면 된다.


'꼬막무침'으로 오늘의 소풍일정은 마치려 한다.


갈아놓은 장어. 시레기
된장ㆍ들깨가루. 고춧가루로 머무린 시레기 넣기

파ㆍ 마늘ㆍ깻잎ㆍ청양고추 넣어 끓이기



식혜

삶은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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