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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자락에 소풍장소를 만들었다. 3

by 바다의별

김밥을 준비했다. 제대로 소풍 기분을 내고 싶어서다.


편백나무 시공이 끝나고 바닥에 장판을 깔기로 했다.

남편은 미리 색깔도 고운 흰빛도는 회색 장판을 사서 차에 실어놓았다. 헉 청소는 누가 하지?


혹시 냉기가 올라올까 바닥에도 보온재를 깔았다. 이것이 문제였다. 남편이 바닥사이즈에 딱 맞게 재단을 해 주곤


"꼼꼼한 자네가 해보지. 난 영 자신이 없구먼"


팔자에 없는 장판시공 업무가 내게 주어지고 남편은 믿는다는 듯이 화장실 업무를 보러 나갔다.

그런데 줄을 딱 맞추어 순간접착제로 붙이는 것이 불가능했다. 보온재가 푹신푹신해서 칼질을 하기도 어렵고 여기를 맞추면 저기가, 저기를 맞추면 여기가 틈이 벌어졌다. 그것도 보온재 색깔은 거의 붉은색인데 장판은 희끄무레하니 표가 확 났다.


어쩔 수 없이 겹쳐서 깔기로 하고 어째 어째 마무리를 했다. 남편은 나를 너무 믿었나 보다.


"어 이게 뭐야? 여기 보온재 다 보이네"

"초보가 이 정도면 최상급시공이죠"


그렇게 투닥투닥 장판 깔기는 남편이 가장자리를 실리콘 처리를 하는 걸로 마무리되었다.


작은 탁자하나를 놓고 준비해 온 도시락을 까먹다 보니 조금 허술하게 깔린 장판이 꽤 괜찮아 보였다.


비가 오는 날.

남편은 큰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에 있던 냉장고와 싱크대를 농막에 옮겨놓았다. 혼자서 하기 힘드니 큰아이의 방문 일정에 맞춘 거다. 그 덕에 큰애는 감기에 걸렸지만 남편은 숙제하나를 해결한 것처럼 홀가분해 보였다.


남편은 시간이 될 때마다 혼자서 김천에 들렀다. '백수 아내가 무어 그리 바쁜지' 투덜 대지만 늘 같이 소풍을 다닐 수는 없다.


어느 날은 천장에 등을 달고, 어느 날엔 어린이집에 있는 냉ㆍ온풍기를 옮겨서 설치해 놓았다. 이제 어린이집에 필요가 없으니 중고로 처리하기도 그렇고 때 마침 요긴하게 사용처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은 둘째 친구들과 같이 어린이집 2층에서 사용하던 주문제작한 원목책상과 사각식탁도 가져다 두었다.

전자레인지. 밥솥. 커피포트 등 어린이집에서 내가 사용하던 물건들이 농막으로 그대로 옮겨져 왔다. 다행스럽게도 아깝지 않았다.


남편은 그 이후로도 화장실 타일작업, 변기, 세면기. 샤워부스 설치등 분주하게 김천나들이를 했다. 동네 어르신들과 사귀기도 하고 특히 이장님과 엄청 친해졌다. 원 땅주인이 친척분이셔서 이 농막은 이장님이 지으셨단다. 그래서 그런지 예쁘게 변하는 농막이 은근 기대가 되셨던 모양이다.

언제 이사 오냐고 궁금해하기도 하셨다.


그리고 우리는 무슨 농사를 지을지 이장님께 조언을 구했다. 이것저것 많은 정보들을 주셨고 특히 도라지를 재배하는 건 초보농부의 허황된 꿈이라는 걸 확 깨게 했다.


다시 오랜 고민에 빠져야 했다.

무얼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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