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화살이 가장 아프게 박힌다
아버님과 대화하기 전, 남편과 나는 시뮬레이션을 했었다. 우리는 대충 이 정도 시나리오를 생각했다.
(1) 바로 아버님이 나에게 웃으면서 사과. 곧 마무리
아버님이 지금까지 내게 보이신 모습이다. 나는 이 경우, 남편이 못 보던 아빠의 모습이야!! 라며 질투를 하고 좌절을 할까봐 두려웠었다.
(2) 아버님 극구 부인. 대노. 대화 중단
지금까지 아버님이 어머님과 남편에게 보이셨던 모습이다. 본인이 코너에 몰리면 나에게도 이러시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두 시나리오 모두 아니었다. 강대강의 언쟁은 (3) 계속 책임 회피하고 중간중간 대노하다가 마지막에 진심으로 사과로 끝났다. 아버님이 온갖 책임회피성 논리를 들고 오시는 바람에, 나도 '그건 아니다. 이건 이거다.'라며 따박따박 반박을 하는 형국이 되었다. 대화는 길어졌고, 아버님이 "우씨!!!" 하면서 큰 소리를 치시려고 하는 아슬아슬한 순간도 몇 차례 있었다. 30분쯤 경과하고 나니 갑자기 아버님의 태도가 바뀌면서, '모든 죄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아버님은 나를 안아주시며, 본인이 나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아달라고 하셨고, 남편에게도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셨다. 남편은 아버님이 자기를 그렇게 대우한 적이 없어, 소스라치게 놀랐었다고 한다.
시어머님은 나를 안아 주시며, "며늘아. 힘든 얘기 해줘서 정말 고마워. 사돈 어른께도 너무 감사하다. 이런 이야기, 저 사람 평생 들어본 적 없을거야. 며느리가 이렇게 이야기해주니 얼마나 좋니. 정말 고맙다."라고 하셨다. 나는 어제부터 내 눈치, 아버님 눈치 보느라 고생하셨을 어머님이 안타까웠고, 아버님 앞에서 초긴장했던 온 몸의 근육이 풀어지면서 펑펑 눈물을 흘렸다.
우리의 원래 계획은 프리미엄 아울렛에 가는 것이었다. 그간 아버님 취향대로 그랜드 캐년 등을 돌아다니느라,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쇼핑은 거의 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행의 마지막은 아울렛+맛있는 것 먹기로 계획하고 있었다. 남편에게 우리 집에서 부모님을 재우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닐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아버님도 편히 못주무시지 않을까? 남편은 "그냥 자기가 방에 들어가서 문닫고 있으면 안돼? 안 나와봐도 돼. 내가 다 챙기고. 내일은 자기는 학교 가고, 내가 공항에 모시고 갈게."라고 했다. 나는 어려울 것 같다고, 아울렛 가서 좀 더 생각해보자고 했다. 시부모님은 일단 숙소에 캐리어를 두고 나오셨다.
오바마 대통령이 좋아한다는 <파이브가이즈> 햄버거집에 갔다. 나는 우울하고 무섭고 괴롭고 비릿한. 격한 싸움 후에 엄습하는 온갖 감정이 출렁이는 상태였지만, 시부모님과 햄버거집에 앉아서 그런 티를 낼 수는 없었다. 하던대로 빠릿하게 돌아다니며 주문을 하고, 어머님께 설명을 해드리고, 농담을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그런데 아버님은 햄버거를 드시는 내내 거의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얼굴은 점점 흙빛이 되셨다.
아버님이 화장실에 가셨을 때, 남편과 어머님께 물었다.
나: 아버님, 상태 안 좋아보이시는데. 그냥 집에 모셔다드리는 게 낫지 않을까? 아울렛 별로 좋아하시지도 않는데... 아니면 시부모님 그냥 오늘 댁에서 쉬시라고 할까?
남편: 안돼! 엄마가 좋아하는 일정은 오늘 하루 뿐인데, 그럴 순 없지. 그치 엄마? 그리고 아빠도 좀 불편해봐야 돼. 지금 불편하겠지 당연히. 근데 이런 것도 견뎌봐야돼.
나: 음...
어머님: 그래, 며늘아. 신경쓰지마. 괜찮아.
우리는 아울렛으로 향했다.
쇼핑의 과정은 아주 이상했다. 일단 어머님이 전혀 신나 보이지 않았다.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브랜드가 많은데도, 어머님은 아예 물건들에 눈길을 보내지 않으셨다. "여기 포틀랜드보다 확실히 비싸네. 예쁜 것도 별로 없고. 이제는 눈에 들어온다고 다 안 사. 딱 필요한 것만 사지. 이미 집에 옷이 너무 많아." 어머님도 아버님도 작은 아들 선물, 외삼촌 선물, 시부모님께 숙소를 내준 집주인 선물 등 선물 고르기에만 관심을 가지셨다. 나는 아버님 코디, 어머님 코디, 남편 코디를 해주는 데 열을 올렸지만, 다들 시큰둥해했다. 결국 선물 말고는 별로 산 것이 없었다. 아버님이 내게 사준 띠오리 트렌치 코트. 남편의 남방. 아버님의 티셔츠. 남편이 아버님, 어머님, 시동생에게 선물한 골프 신발. 4시간의 쇼핑이 이 정도였다. 골프 신발 코너에서 홈페이지 가입을 하면 쿠폰을 준다기에, 시부모님과 남편을 시켜서 모두 가입을 하고 15% 정도 할인을 받았다.
아버님은 점점 가라앉으셨다. 정신이 아예 딴 곳에 팔려 있는 사람 같았다. 그 아울렛에서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가 다시 한 번 생각났다. 애써 밝은 척 하는 나. 점점 가라 앉는 아버님. 아버님의 눈치를 보는 어머님과 남편. 두 분이 화장실 가신 사이, 남편과 이야기를 했다.
나: 오늘 우리 집에서 주무시면 안 될 것 같은데.. 아버님 상태 너무 안좋으신데.
남편: 그래도 어떻게 말해. 이미 짐까지 다 싸놨는데. 따로 자자고.
나: 그렇게 스트레스가 심한 대화를 했으니. 지금 많이 힘드신가봐. 나도 힘들고. 그냥 오늘은 따로 자자. 죄송하지만.
남편: 그러면 또, 문제가 심각해질 거 같애. 내가 따로 자라고 말하는 것 만으로.
나: 오히려 고맙다고 하실 수도 있어.
남편: 아니야... 진짜 아니야....
남편이 발을 동동 굴렀고, 다시 한 번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또 사위 생각을 하며, 하루만 두 눈 꾹 감고 참으라고 이야기했다.
나: 휴... 그래 내가 참을게. 그러면 대신 저녁은 밖에서 먹자(어머님이 요리해주신다고 이런저런 계획을 하고 계셨다).
남편: 알았어!!! 정말 고마워!!!! 아... 근데 엄마는 분명히 밥 해주고 싶어할텐데.
나: 그냥 집에서 계속 얼굴보고 있는 거 힘들어서 그래. 어머님이 식사 준비하시면 나는 돕거나 아니면 아버님 챙기거나 해야 하잖아. 그게 싫어.
남편: 그럼 엄마한테 자기가 이야기할래..?
나: 응. 내가 말할게.
어머님은 흔쾌히 알겠다고 하셨고, 우리는 유명 스테이크 가게를 예약했다. 석쇠에 일본, 호주, 미국의 와규 스테이크를 구워서 멕시칸 스타일의 야채와 소스를 곁들여주는 맛집이다.
그 삐까뻔쩍한 멕시칸 식당에서, 우리 네 사람의 유진 오닐 식 음울함이 극대화되었다. 한 뼘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식사하는 미국인들. 디즈니 영화 <코코>에서 나올 법한 해골 조각과 화려한 트로피컬 꽃들. 예의 바르고 활기차게 이것 저것 설명을 해주는 서버. 지글지글 끓는 스테이크와 화려한 샐러드 만찬. 아버님의 회색 빛깔 얼굴은 점점 더 검붉어 지다가 부글부글 끓는 것처럼 보였다. 말씀을 하실 때마다 배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누르시는 것처럼 보였다. 어머님과 남편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나도 시끄러움에 몸을 묻고 맥주만 마셨다.
아버님이 갑자기 말을 꺼내셨다.
아버님: 아들.
남편: 응?
아버님: 내일 비행기가 몇 시라고?
남편: 한 시.
아버님: 공항까지 몇 시까지 가야 되나?
남편: 열 시?
아버님: 그러면 며늘이 학교 데려다주면서 우리 숙소에서 픽업하면 안되나?
남편: 그렇게 하고 싶어?
아버님: 응. 오늘은 숙소에서 잘란다.
남편: 그래. 알았어.
나는 아버님이 많이 속상하신가 싶어 안타까우면서도, 좁은 원베드룸의 집에서 내내 대면하고 있지 않아도 된단 사실에 다행스러움을 느꼈다.
남편의 얼굴은 아버님처럼 검붉게 변했다.
숙소로 가는 길에 네 사람 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버님은 눈을 감고 몸을 기대고, 어머님은 창 밖을 보셨다. 부모님을 모셔드리고 나는 "그러면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안전하게 비행하시고 잘 들어가세요."라고 인사를 했는데, 어머님은 "응"이라고 작게 말씀하시고 아버님은 황급히 들어가셨다. "들어가!" 남편이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차를 타고, 나는 그제서야 숨을 푹 쉬면서 아버님과의 대화를 상기했다. 아버님의 갑작스러운 사과로 종결되긴 했지만, 나 혼자 풀어야 할 감정들이 남아 있었다.
나: 아버님... 나한테 전혀 안 미안하셨대.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 사람이 어떻게 그래???
남편: 우리 아빠 배려 없는 사람이라니까. 내가 말했잖아.
나: 난 사실 오늘 그렇게까지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아버님이 아까 그렇게 말씀하실 때. 진심으로 내 탓하실 때. 정말 본성이 나쁜 분인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남편: 오늘 그 정도면, 아빠 치고 진짜 많이 참은거야.
나: 많이 참은 거라고?
남편: 응.
나: 난 아까 진짜 너무 무서웠는데? 아버님도 나한테 고함치시려고 했다고 했잖아.
남편: 그래?
나: 응. 아버님이 몇 번이나 고함치려는 거 힘들게 참으셨다고 했어.
남편: 응. 아빠 많이 참은거라니까. 자긴 모르겠지만.
나: 나는 진짜 무서웠는데.. 아버님 눈빛에 거의 살기가 있었고. 나한테 뭐 집어 던지시려는 줄 알았어.
남편: 아니야. 안 그랬어.
나: 안 그랬다고?
남편: 응. 난 확신할 수 있어.
나: 어떻게 확신해?
남편: 난 아빠가 화내는 거 다양하게 봤잖아. 무수히 맞아도 봤고. 아까 그 정도 화내는 건 화내는 축에도 못들어. 아빠가 뭘 던지거나 자기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을 거라고 난 알고 있었어. 그래서 편하게 앉아 있었는데?
남편은 "우리 아빠 치고," "넌 모르겠지만" 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본인에게는 아버님의 분노 1단계부터 10단계까지 데이터베이스가 있는데, 오늘은 3단계 정도였으니, 그렇게 따박따박 대드는 며느리에게 그 정도했으면 아빠 입장에서 아주 모범적이었다는 논리였다.
내 입장에서는 아버님의 분노 단계를 알 리가 없고, 알 필요도 없다. 내가 살면서 만나온 모든 사람을 통틀어(부모님, 친척, 상사, 친구, 선생님 등) 가장 손에 잡힐 듯한 살기를 느꼈던 날이었는데, 대단치 않다고 치부해버리는 남편. '넌 우리 아빠를 모르니까'라고 말하는 남편.
우리 가족이 아니니 넌 모른다. 나를 참 외롭게 하는 말이었다.
한 동안 정적이 흐르고 남편이 말을 이었다.
남편: 근데, 아빠 운전 이야기는 왜 한거야?
나: 뭐?
남편: 아빠 운전 이야기는 상관도 없었는데, 맥락과 무관한 이야기를 왜 한 거냐고.
나: 내가 아버님 위험행동 하시는 거 싫다는 이야기 할 거라고 했잖아.
남편: 그렇네.
나: 맥락과 무관하지도 않았어. 노를 위험하게 젓는 거, 차를 위험하게 모는 거. 동승자들이 불안한 거, 그거 알고 계시냐고 이야기한 건데 왜 무관해?
남편: 말투가 너무 공격적이었어. '아버님 운전할 때도 무서워요.'가 아니고, '아버님 운전 싫어요!' 이렇게 말하니까 아빠가 놀라잖아.
나: 그래서 지금, 내 말 중에 뭐가 적절했고 부적절했는지 하나 하나 따져보자는 거야?
남편: 아냐. 난 자기가 잘했다고 생각해. 대화하기를 천번 만번 잘했어. 단 한 가지. 그 운전 말투가 맘에 걸렸어. 그거 말곤 없어.
나: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고 했던 사람은 어디 갔어?
남편: 그게 무슨 말이야?
나: 아버님한테 아무 말이나 해도 좋으니. 제발 얼굴 보고 대화만 나눠 달라고 했던 사람. 어디 갔냐고.
남편: 나 자기한테 잘했다고 했잖아. 잘 했는데, 좀 자기가 너무 차갑고 공격적이었다고.
나: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고 했으면, 무슨 말을 하든 책을 잡지 말아야지. 아무리 100을 잘하고 5를 못했다고 해도 그건 칭찬이 아니야. 5에 대해서 책을 잡는 순간, 콘텐츠를 갖고 잘했네 못했네 평가하는 순간, 나는 앞으로 자기가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고 하는 걸 믿을 수가 없어. 자기가 만약에 '아빠랑 싸우되, 적절한 말만 해'라고 말했더라면 난 절대, 오늘 자리에 가지 않았을 거라고.
남편: 너랑 말싸움해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래 내가 미안해! 말투 가지고 뭐라고 해서!! 아빠도 너 못이기고, 나도 너 못이겨. 아빠 편들고 그런 거 아니니까. 자기가 잘했고, 아빠가 잘못했다고 나 생각하니까.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말자.
집에 와서도 남편과 두 세 시간 언쟁을 했다. 남편은 결혼한 후 처음으로 그 날, "죽고 싶다"고 했다. 아버님이 불쌍하다고 했다가, 아버님이 잘못했다고 했다가, 내가 잘못했다고 했다가. 남편의 말은 계속 왔다갔다 했다. "살고 싶어서 이렇게 말하는거야!! 나는 말도 못해!!"라고 남편이 말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아빠 불쌍하게, 왜 아빠한테 그렇게까지 했었어야 했냐. 아빠를 불쌍해하는 내 마음. 이해해주면 안되냐. 내가 자기한테 싸우라고 종용할 땐 이렇게 아빠가 무너지는 걸 보고 괴로울 줄 몰랐다. 아들이 아빠를 불쌍해하는 게 잘못된 거냐."는 것이었다.
남편의 머릿 속에서 나는 초강자인 것 같았다. 본인이 무서워하는 아버님을 끝까지 응시하며 사과를 받아내고, 아울렛에서 시부모님의 옷을 코디해드리고 골프신발 세일 쿠폰을 받아내던 나니까. 그러니, 아버님을 불쌍해하는 아들의 마음과 내 말의 여기저기가 너무했다는 지적도 널리 이해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지난 2주 여행 동안 나도 너무 지쳐 있었다. 권위적이고 편애하는 아버님, 불평하는 시어머님, 부모님이 행복하길 바라면서도 아버님에게 화나 있는 남편, 이 세 사람을 서포트하면서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다. 세 사람은 나를 두고, 우리 가족의 '마지막 퍼즐'이라고 했다. 내가 있으면 아버님이 온순해져서 웃을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나는 그 말이 싫었다. 이미 상처로 누더기가 되어 있는 가족들 사이에서 마지막 퍼즐로서 역할을 하려면 이 사람, 저 사람의 상처를 내가 다 보듬어주고 앉아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어머님과 남편이 내게 질투 어린 말을 해도, 시아버님이 허튼 소리를 해도 방긋 웃어야 한다.
내가 지금까지 강하게 행동해 왔으니까, 남편의 저런 응석 어린 소리까지, 아버님과의 전쟁 후 무너져 있는 내 마음을 후벼파는 소리까지 받아주어야 한다는 논리가. 터무니 없게 느껴졌다. 도저히 남편의 얼굴을 보고 있을 수 없으니 호텔이든 친구집이든 밖에 나가서 자겠다고 했다. 남편은 그것만은 안된다며 애원했다.
남편이 잠든 후 새벽 세 시.
목숨을 끊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에 가고 싶었지만, 휴대폰이 없어서 우버를 부를 수가 없었다.
걸어가면 30분. 이 시간에 미국에서 걷기엔 너무 먼 길이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떻게든 존재하기를 중단하고 싶은 마음.
작은 칼로 동맥을 세로로 긋는다면. 깊이 그어질까.
아주 깊이 그을 수 있을까.
얼마나 쏟아져야 정신을 잃게 될까.
빠르게 달려가는 상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친정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죽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는 놀라면서도 침착하게 나를 받아주었다.
엄마가 너무 밉다고. 시아버님이랑 대면하라고 했던 엄마가, 너무 밉다고.
엄마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서 계속 전화를 붙들고 있으라고 했다.
엄마 앞에서 그렇게 격하게 울었던 것은,
아마 30년 전 아빠가 돌아가신 그 날 이후 처음일 것이다.
엄마와 전화를 하다보니 새벽 여섯 시,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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