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시부모님과의 불화에 관한 글을 썼습니다. 마음과 몸을 게워내는 시간이었습니다. 글을 토해낸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내 안에 이야기가 쌓이고 쌓여 폭발하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글쓰기가 쓰지 않기보다 쉬웠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소설을 좋아하던 제게, 친구들은 '꼭 소설 하나 써봐! 네가 쓰는 이야기가 보고 싶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내 안에는 이야기가 없어.'라고 답했었어요. 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이야기가 쓰고 싶어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는데, 애써 재미 있는 서사나 기승전결을 만들어내는 것은 업무처럼 느껴졌습니다. 한 번도 플롯을 떠올리는 데에 성공해본 적이 없습니다. 열심히 생각을 해봐야, 첫 장면 뿐이었어요. 그래서 취미로 쓰는 글(정보전달식의 글쓰기를 제외한)이라는 건, 한 20년 후 쯤 언젠가 문예창작 방법을 배운 후에 해보자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남편과 시부모님 덕분에, 그렇게 글 체증에 걸려있던 제가 폭풍같이 타자를 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퇴고를 거치지 않은 거친 문장. 그런 것도 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시댁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후, 일요일 오후에 연구실에 앉아 깨끗한 마음으로 논문을 쓰고 있었는데, 불현듯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 저의 엄마와 내가 가장 안타까워 하는 여자, 우리 시어머니, 그리고 내가 이해하고 싶은 여자, 저 자신. 우리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다독이지 못한 마음을 여전히 끌어안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 완전히 새로운 남의 이야기를 쓸 역량은 되지 않기에,
내 안에 쌓여 있는.
내가 보고 느끼고 슬퍼했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길어올리려고 합니다.
플롯은 없습니다.
이번에도 써지는대로 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