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뤄쓰(홍라사), 무톈위창청(모전욕만리장성)
북경한국국제학교에도 교생 선생님들이 실습을 온다는 걸 여기 와서 알았다. 국제학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거나, 중국에서 초, 중, 고를 보냈거나.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중국까지 와서 실습을 하는 교생 선생님들이 매년 3월 중순쯤에 학교에 온다. 올해도 성균관대와 고려대 등에서 지원한 선생님들 8분이 교생으로 와서 실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 실습 중 문화탐방이 있는데 우리와 같이 새로 온 교사와 그 가족들도 함께 할 수 있어 함께 북경 근교 여행을 했다.
학교 버스를 타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도착한 곳은 북경의 북동쪽 외곽에 있는 홍라사(紅螺寺)이다. 중국의 시간 개념으로 눈 깜빡할 사이(가이드의 설명이 중국의 금방은 40분 정도, 눈 깜빡할 사이는 1시간 30분이란다)에 도착한 이곳은 16국 시대(338년)에 지어진 사찰로 중국 북방지역에서는 가장 크고 유명한 사찰이다. 그러나 이 사찰도 문화혁명 때 대부분의 건물이 다 소실되고 그 이후 재건된 것이라 건물보다는 나무와 같은 자연물로 그 유구한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원래 이름은 대명사(大明寺)이지만 홍라선녀의 전설에 의해 홍라사라는 이름이 더 많이 알려졌다.
옛날 옥황상제에게 두 딸이 있었는데 하늘의 생활이 너무 심심하고 무료해서 천상을 벗어나 땅으로 내려와 유람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 곳의 웅장한 산세와 맑은 호수의 풍경에 감탄하고 있을 때, 산 속 절에서 들려온 경을 읊는 소리와 목어 소리에 반해 이 곳에 눌러살게 되었다. 두 자매는 낮에는 인간의 모습으로 불공을 드리고 저녁에는 호수에서 붉은 우렁이(소라 螺)로 변해서 절을 은은하게 비추며 지켜주었다. 이 두 선녀가 머문 후로는 백성들도 평안해져서 나중에 옥황상제가 두 선녀를 데리고 간 후에도 그 둘을 기리기 위해 우렁산(紅螺山), 호수 이름도 우렁호(紅螺湖), 절 이름도 우렁사(紅螺寺)라고 지었다.
홍라사 패방(牌坊, 중국의 전통적 건축양식의 하나로, 문의 일종. 층층으로 된 지붕, 많은 기둥이 특징)을 지나면 큰 향로가 길 가운데 나타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중국의 절도 각기 영험하다는 분야가 있는데, 여기 홍라사는 아기를 갖기 원하는 사람들이 기도하러 오는 곳으로 유명한 절이라고 한다. 특히나 바로 저 향로의 가장 반짝이는 부분(가장 손을 많이 타서 맨들 맨들 해진 것)에 손을 대고 돌면서 아기를 갖게 해달라고 빌면 꼭 아이를 가질 수 있단다. 그래서 나는 향로 가까이에는 가 보지도 않았다.^^
안 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연못에 선녀상이 아름답게 서 있고, 또 다른 곳에는 절에서 방생한 거북이(자라?)들이 자라고 있었다. 한쪽 다리 밑에는 커다란 엽전이 매달려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어서 봤더니 엽전을 던져 가운데 종을 맞추고 있었다. 엽전으로 종을 울리면 그 해 재물운이 핀단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어느 절을 가나 이런 식으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부수입원들이 하나씩 있는 거 보면. 특히나 여기는 종을 울리려면 엽전을 던져야 해서 바로 옆 창구에서 10위엔에 엽전 20개를 바꿔주고 있었다. 하여튼 종이 울리든 말든 즐겁게 엽전을 던지고 누군가 종을 울리면 손뼉 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며 같이 유쾌해졌다.
중국 절에 가면 뿌연 연기와 매쾌한 향 연기가 먼저 맞아 주는데 특히 여기는 어느 전 앞이나 향을 무료로 내어놓고 사용할 수 있게 해 놓아 향연기가 더욱 그득했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들만의 기도 의식을 갖고 경건하게 향을 꽂았다. 가이드의 설명대로 역시 건물보다는 절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나무들의 거대함과 웅장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기분이다. 홍라사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1600년이 넘은 은행나무 한쌍 등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거목에는 모두 이렇게 저마다의 기원을 담은 빨간 끈이 매달려 있어 장관이다. 끈에 담긴 하나하나의 사연들의 구구절절함과 간절함이 저 강렬한 빨간색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 같아 한참을 바라보았다.
절의 뒤편으로 돌아가면 홍라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나온다. 계단으로 이루어진 등산로에는 다양한 포즈의 보살상들이 쉬지 않고 나온다. 처음에는 열심히 사진을 찍었지만 점점 떨어지는 체력에 나중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래도 목표한 곳엔 올라야지 즐겁게 내려올 수 있기에 우리의 목표인 알파인코스터 타는 곳까지 열심히 갔다.^^ 나는 베트남 빈펄 리조트에서 한 번 타 본 적이 있어서 낯설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무척이나 신기해했다. 특히나 가은이는 아직 무서워해서 나와 함께 타기로 했다. 베트남의 알파인코스터는 한 명씩 타는 것으로 자기 스스로 속도를 높이기도 줄이기도 하면서 조절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앞에 속도를 못 내는 사람이 있으면 정체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특이하게도 알파인코스터를 기차처럼 이은 후 맨 앞에 직원이 탑승하여 속도를 조절하면서 달리는 방식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에 무섭기도 하고 스릴 있기도 하고. 나와 함께 탄 가은이는 '나한테 왜 그러는데, 나한테 왜 그러는데.....' 이말을 한탄처럼 중얼거리며 타는데 그게 너무 웃기면서도 안쓰러워 나중에는 나도 '엄마가 그러는 거 아냐...'를 계속 변명처럼 중얼거려야 했다.
그렇게 올라갈 때와는 다르게 순식간에 산에서 내려와 즐겁게, 가은이는 다리가 풀린 채로 두 번째 여행 장소인 모전욕장성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