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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마루 Apr 07. 2016

너, 정말 중국이구나! -2

홍뤄쓰(홍라사), 무톈위창청(모전욕만리장성)

모전욕장성(慕田峪長城)
     1570년~1615년 지어진 명대의 마지막 장성으로 길이가 2㎞에 불과하다. 팔달령에 비해 관광객이 적은 데다 사마대 장성처럼 험하지 않기 때문에 나이가 지극한 단체 투어 팀이 즐겨 찾는 곳. 특히 나무가 울창한 모전욕 계곡을 따라 장성이 지어졌기 때문에 주변 자연경관이 빼어나기로도 유명하다. 특히 겨울의 설경과 가을의 단풍은 빼놓기 아쉬울 정도의 유려함을 자랑한다. 단, 사람에 따라 남성다운 웅장함이 없다고 폄하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 100배 즐기기], 전명윤, 김영남 저, RHK

     오후 일정으로 찾은 곳은 만리장성 중 한 곳인 무톈위창청이다. 다른 장성에 비해 짧긴 하지만 숲이 울창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 풍경이 좋기로 유명하다. 뭐 길이야 아무리 길어봤자 어차피 다 가 볼 수도 없는 것, 무엇보다도 지난번 중국에 왔을 때 다녀온 팔달령보다 사람이 적어 한결 한적했다. 팔달령하면 한참을 뙤약볕에서 걸었던 기억, 이상한 꼬마 열차 같은 것을 타고 정말 탈탈거리며 올라갔던 기억, 힘들게 올라갔더니 사람은 많고, 또 사람도 많은데 굳이 여기저기 파헤쳐서 공사를 하고 있어 더 복잡했던 기억, 그리고 또 힘들게 내려왔던 기억. 그다지 좋은 기억이라기보다는 나쁜 쪽에 가까운 기억들이 많았는데 여기는 입구부터 깨끗하고 여유로웠다.

     입구를 들어서면 양쪽에 기념품 가게와 식당들이 몇 개 있다. 그다지 다양한 음식들을 파는 것 같지 않고 문을 닫은 식당들도 더러 있어서 입구 쪽에 있는 버거킹만 사람들로 붐비는 듯했다. 특히 다른 곳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서양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우리도 야외 테이블을 내놓은 가게에 앉아서 점심을 해결했다. 중국은 한국과 다르게 다른 곳 음식을 가지고 와서 먹어도 그다지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그래도 좀 미안한 마음에 볶음밥이랑 국수 하나를 시켰는데 우리에게 나온 음식은 자장면 두 그릇이었다.^^ 아, 언제나 제대로 우리의 의도를 전달할 수 있으려나......


     셔틀버스를 타고 케이블 카 타는 곳까지 이동을 해야 한다. 원래는 모든 차들이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올라갈 수 있었으나 새롭게 단장을 하면서 셔틀버스를 이용하게 했단다. 그 이유는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서. 중국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기 위해서라면 조금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방법이라도 고수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버스 안내원이다. 처음엔 버스 안내원을 보면 하는 일도 없이 앉아 있기만 하네 싶었다. 그런데 한 달 정도 지난 지금 보면 안내원은 참 많은 일을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표도 확인하고, 돈을 내면 거스름돈도 챙겨주고, 정류장에서 수신호로 버스 정차를 알려주고, 문 닫는 시점을 알려주고, 아이들과 노인들이 위험하지 않게 자리에 앉았는지 확인하고. 심지어 어떤 안내원은 앉을 자리까지 정해주는 사람도 봤다.^^ 그래서 이제 버스 안내원을 보면 참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랄까? 그런 이유에서 마련된 셔틀버스를 타고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이동해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자 장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말로만 듣던 만리장성을 직접 눈으로는 처음 보는 두 딸들은 연신 감탄을 하며 장성의 모습을 확인하기 바빴다.


      팔달령을 봤을 때처럼 규모에서 오는 거대함은 없었지만 아기자기하고 주변의 풍경과 하나인 듯 한 어울림이 좋았다. 아직까지 봄빛이 무르익지 않아서 조금은 헐벗은 풍경이지만 늦은 봄이나 단풍이 무르익을 가을 무렵에 오면 또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을 듯 싶다.



       일행을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늘에 앉아 있는 떠돌이 개를 만났다. 개를 좋아하는 두 딸은 이미 시선 집중. 교생 선생님 중에서도 개를 좋아하시는 분 한 분도 합류. 중국 사람들도 개를 많이 기르는데 사람들이 산책시키는 개들은 하나같이 도도해서 우리한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 떠돌이 개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우리한테 눈길을 주고 애들의 손길도 마다하지 않는 순둥이 개였다. 그렇게 있으니 옆에 앉아 있던 중국 젊은이 한 무리도 개에게 관심을 가지고는 자신들이 먹던 간식을 꺼내 주었다. 떠돌이 개는 한참 동안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자기가 먹고 싶은 간식만, 자기가 먹고 싶은 사람한테만 얻어먹었다.^^ 떠돌이 개 덕분에 중국인들도 우리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역시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


     시은이가 집에 돌아와서 한국 친구들에게 톡을 보냈다고 한다. 나 오늘 만리장성 다녀왔다고. 그랬더니 거짓말하지 말라는 답장이 왔단다. 만리장성이 뒷 산 이름이냐고, 그렇게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거냐고. 그래서 오늘 찍은 사진을 보내줬단다. 그랬더니 친구 왈, '와, 너 정말 중국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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