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마을 고북수진(古北水鎭, 구베이수이전)
함박눈처럼 날리는 꽃가루 때문에 눈코입 모두 정신없는 왕징을 떠나 처음으로 북경 근교 여행에 나섰다. 신랑 학교 몇몇 선생님 가족들과 함께 35인승 버스를 빌려 가이드까지 함께 한 1박 2일의 여정이다. 첫날의 일정은 고북수진(古北水鎭, 구베이수이전)이라는 중국 강남의 대표적인 물의 마을 오진의 모습과 화북 지역의 건축 양식을 융합 해 만든 민속마을이었다. 역시나 주말이라 길이 많이 막히더니 외곽으로 갈수록 한적해지기 시작했다. 2시간 정도 달리자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곳은 Water Town, 말 그대로 수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물의 마을이다. 원래는 시골의 한적한 마을을 부동산 개발업체에서 중국의 대표적인 물의 마을을 본 따서 고풍스러운 민속마을을 만들었다. 개발비용만 45억 위안(약 7,700억 원)이 소요되었고, 총면적이 9㎢로 여의도 면적의 3배 수준에 달한다.
물의 마을답게 나룻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열심히 노(?)를 젓는 사공 아저씨를 보니 마카오의 베네시안 호텔의 내부 운하를 운행하던 곤돌라가 생각났다. 신랑하고 둘이 중국 아줌마랑 아이랑 탄 배에 함께 타게 되었는데 중국 아줌마가 엄청나게 짜증을 냈었던(물론 알아듣진 못했지만 그런 뉘앙스 같았다^^) 기억도 떠올랐다. 우리는 시간의 여유가 많아 천천히 걸어서 구경하기로 했다. 사실 우리야 아이들이 다 커서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같이 간 일행들은 아이가 어려서 유모차를 끄느라, 아이들 업고 안느라 고생이 많았다.
다양한 기념품 가게와 레스토랑 등이 있는 이 거리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곳곳이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가던 길을 계속 멈추고 사진을 찍게 만든다. 4월임에도 불구하고 내리쬐는 햇살이 너무 뜨거워 들어간 카페는 가격이 너무 사악해서 어쩔 수 없이 잘라서 파는 수박만 열심히 먹고 나와야만 했다. 그래도 조금 쉬었다 나오니 훨씬 돌아다니기 편해졌다.
콘셉트가 물의 도시인만큼 운하로 모두 이어져 있다. 다리 밑으로 배가 지나가는 풍경은 매우 아름답고 평화롭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세트장 같다. 지금 당장 사극을 찍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큰길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부러 사람들 없는 좁은 길로만 돌아다녔더니 복잡한 미로 같아 나중에는 길을 잃을 것 같았다.
참 다양한 건물들이 있는 것 같았다. 미술관으로 보이는 건물도 있었고, 커피숍으로 보이는 건물도 있었고. 테라스가 있고 테라스에 의자가 나와 있는 건물은 숙박을 할 수 있는 객잔으로 보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민속촌에서 숙박을 하는 것이겠지. 하루쯤 이 안에서, 운하 위에서 잠을 자는 것도 꽤 괜찮은 시간이 될 듯. 문을 연 지 이제 2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다 중국판 런닝맨 등 유명 TV 프로그램에 연이어 방송되었다고 하더니 사람이 꽤 많았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드디어 기다리던 시간이 되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서 거리에 조명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한 것이다. 낮의 거리도 아기자기하니 예쁘지만 조명이 켜진 후의 거리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나 저 멀리 보이는 만리장성 사마대장성 구간의 조명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계속 걸어 다녀 다리가 너무 아팠지만 밤의 고북수진을 못 봤더라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할 정도로 장관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도 운영되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 전통 술 제조 모습을 볼 수 있고 시음도 가능한 '사마소소주방'이나 전통염색 과정을 볼 수 있는 '영순염방' 등이다. 미리 확인하고 갔었으면 찾아가서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로...... 북경에 와 본다면 꼭 한 번 가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