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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마루 May 14. 2016

현지인처럼 살기-1

은행 계좌 만들기, 인터넷 뱅킹 등록하기, 계좌 이체하기

     처음에는 내가 이 곳에서 말이 안 통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두렵고 답답했다. 길거리에 나서면 모두들 나와는 다른 말을 사용한다는 생각에 주눅이 들기도 하고 뭔가 당장 큰 일이 벌어질 듯 무섭기도 했고. 그래서 우연찮게 한국말이 들리면 내 가족을 만난 것 마냥 너무도 반가웠다.

     이제 이 곳에 온 지 3개월. 이제는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주고받는 중국말이 한국말 같고 한국말이 중국말 같다.^^ 그렇다고 중국말이 한국말처럼 무슨 내용인지 다 들린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더 이상 길거리를 지나갈 때 말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지 않다는 의미 정도? 그들의 말이 들리든 안 들리든, 나하고 같은 말을 쓰든 말든 신경을 안 쓰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이것도 경지에 속하나?)  어쨌든 이 곳에 그만큼 적응한 것이리라.^^

     그러다 보니 이제 조금 편안하게 이 곳에서 사는 방법들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처음 단계로 은행 계좌 만들기! 신랑은 중국에  오자마자 학교 행정실에서 단체로 은행에 가 계좌와 카드를 만들었다. 아무래도 월급을 받으려면 계좌가 있어야 하니 새로 온 선생님들 모두 함께 은행 거래를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난 한동안 신랑 계좌와 카드를 사용했었는데 그것 하나로 모든 걸 다 처리하려니 머리가 복잡했다. 가계부를 쓰려고 계좌 거래내역을 뽑아보면 이게 내가 쓴 돈인지 신랑이 쓴 돈인지 헷갈리기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신랑이 쓴 돈이라면 어디에 쓴 돈 인지 알기 위해 신랑 퇴근할 때까지 가계부 쓰는 것을 보류해야 했다. 그래서 비자 발급을 위해 학교 행정실에 맡겨두었던 여권이 나오자마자 은행으로 향했다.

     내가 계좌를 만들 곳은 학원 선생님이 전부터 말씀하셨던 학원 바로 옆에 있는 교통은행. 이 곳에는 한국인을 위해서 조선족 은행원이 상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은행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많은 안내 직원들이 나를 아주 반갑게 맞아 준다. 뭐라고 쏼라쏼라~~~~ 반갑다는 이야기겠지.... 다 무시하고 얼른 '워 쓰 한구워런.' 내가 하고 싶은 이 말만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나를 한 상담 창구 앞으로 안내해주는데 이미 한 사람이 상담을 하고 있었다. 또 뭐라고 쏼라쏴라~~~~ 기다리라는 이야기겠지.... 알았다고 하고 소파에 앉아 살펴보니 이미 안내를 받고 있던 사람도 한국사람이었다. 우와 그럼 저 여자가 조선족 은행원? 뒤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여유롭고 평화롭게 두 사람은 상담 중이다.(여기 중국은 우리처럼 급하지 않다. 대단한 만만디 정신의 실천!) 한 삼십 분쯤 기다렸나?(나중에 들으니 대기 시간 30분은 양호한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상담은 한 시간 이상 걸린단다) 내 차례가 와서 그 은행원 앞에 가서 계좌를 만들고 싶다고 하니 여권을 가져왔고 주소를 알고 있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자 서류를 꺼내 오길래 혹시 나보고 저걸 쓰라고 하면 한자를 어떻게 그리나 걱정부터 하고 있는데, 본인이 내 여권과 주소를 보고는 직접 서류를 작성해 줬다.(이런 고마운 사람 같으니라고.....) 그리고는 안내 직원을 부르자 안내 직원이 나를 은행 안쪽 VIP 창구 쪽으로 안내했다.

     거기에도 이미 업무를 보는 사람이 있어 또 안내직원이 쏼라쏼라~~~~~ 눈치로 때려 맞춰보면 저 사람 다음이 당신 차례니까 여기서 기다리다 일을 보라는 그런 의미 같았다. 알았다 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예상보다 빨리 내 차례가 왔다. '아, 이제 어쩌지...... 말이 안 통하면 뭐라 하나? 모른다고만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지 않을까?' 그 짧은 순간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곤 한 5 발자국 걸어 창구 앞 의자에 앉으니 그 남자 직원 나를 흘낏 보곤 '오서 오세요.' 한다. 앗싸! 여기 한국말을 하는 직원이 한 사람이 아니었구나. 완전 횡재한 기분이었다. 그다음은 일사천리. 직원이 하라는 대로 비밀번호 누르고 확인 누르고 문자메시지 온 것 확인하고 다시 비밀번호 누르고. 계좌에 카드에 인터넷 뱅킹에 위쳇 페이까지 한꺼번에 다 개설하려니 그런 과정을 4, 5번은 반복한 것 같다. 그렇게 순조롭게 계좌를 개설했나 싶었다. 계좌 개설하기 별 거 아니네...... 이제 얼른 집에 들어와서 교통은행 홈페이지에서 신랑이 부탁한 계좌이체를 인터넷 뱅킹으로 해보리라 마음먹고 집으로 항했다.


     네이버에 검색해서 찾아낸 홈페이지 주소(다음에선 한국에 있는 교통은행 지점만 검색되더라. 쩝.) www.bankcomm.com에 호기 있게 들어갔다.

     허걱! 내 눈 앞에 펼쳐진 한자의 향연! 혹시나 해서 언어를 영어로 바꿔 봤다만, 내 영어실력도 그닥 믿을만한 게 아니었음만 확인할 수 있었을 뿐. 자 이제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이제부터는 시간과 끈기의 싸움이었다. 이것 눌러보고 나오는 화면 사진 찍어서 핸드폰 번역 앱으로 번역해보고 아니다 싶음 다시 앞으로 들어가서 다른 것 눌러보고. 아, 인터넷 뱅킹 홈페이지 가입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단 말이냐......


     개인 인터넷 뱅킹과 기업 인터넷 뱅킹을 고르는 선택 화면이 제일 처음 나를 반겨준다. 개인 인터넷 뱅킹을 누른다.


     로그인 화면이다. 사용자 아이디와 비밀번호 그리고 옆에 있는 문자를 정확히 입력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아직 인터넷 뱅킹 가입 전이니까 아이디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걸 몰랐다. 한참 헤맸다. 블로그 글에서 처음 하는 사람은 은행에서 인터넷 뱅킹까지 가입시켜 준다고 하길래 그것만 믿었는데 그 창구 직원이 나를 과대평가했나 보다. 그것쯤은 다 할 줄 안다고 여기고 안 해 준 게 분명하다. 미운 사람! 밑에 동그라미 친 부분을 한참 뒤에야 발견. 드디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1번을 누르면 홈페이지 사용에 필요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컴퓨터에 깔린다. 엄숙한 마음으로 조신히 기다렸다. 다 깔린 후에 다시 앞으로 돌아갈 것은 아니니까 2번을 꾹 누르기


     이제 2단계, 카드번호라고 쓰여 있는 거다. 은행에서 받은 내 카드 번호 12자리 입력 후,  아래 칸은 옆에 있는 확인 문자를 그대로 입력. 다음으로 넘어가기. 그다음 등록 단계를 거치면 가입이 된다. 휴. 이제 인터넷 뱅킹 홈페이지에 가입했다.

  


   이제 인터넷 뱅킹에 로그인해서 들어가야 하는데 로그인 화면에서 더 이상 진도가 안 나갔다. 분명 아까 가입한 대로 아이디 넣고 비밀번호를 넣으면 되는 단계인 거 같은데 아무리 눌러도 비밀번호가 입력되지 않는다. 내가 가입을 잘 못해서 그런가싶어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 가입 화면으로 들어가 보면 분명 가입되어 있다는 것 같은데.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아, 글을 모른다는 게 이렇게 당혹스럽고 답답한 일이구나. 한참을 여기서 버벅거리다 결국 찾아낸 방법이라는 게, 컴퓨터 재부팅! 혹시나 하는 마음에 컴퓨터를 다시 시작했더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비밀번호까지 아무렇지 않게 입력된다. 이런 제길, 한 시간 여를 버렸다. 컴퓨터도 너무 많은 과부하 상태에 시달려서 오류가 났던 것이다. 그걸 모르고 앞의 과정을 몇 번이나 다시 반복했다니.......


     드디어 인터넷 뱅킹 메뉴 화면이다. 저 수많은 메뉴 중에서 내가 오늘 사용할, 그리고 앞으로도 이것만 사용할 것 같은 계좌이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저 아이콘을 누르면 된다. '나는 이체를 원한다'라는 의미 정도로 해석 가능.


     다음으로 펼쳐지는 화면. 왼쪽 아래의 수많은 이체 메뉴 중 나는 첫 번째만 쓸 것이다. 해석하자만 '이체송금' 정도. 그리고 1번에 보낼 돈의 액수를 적고 다음 2번에 돈을 보낼 계좌번호를 쓴다. 중국은행 계좌번호는 무려 19자리나 된다. 그걸 치는데 손이 덜덜 떨려 자꾸만 틀린다. 난 개학을 앞두곤 꼭 무슨 일이 생겨 학교에 가지 못할 상황이라 학교에 전화를 해야 하는데 전화번호를 자꾸 틀리게 눌러 전화를 하지 못하고 당황스러워하는 악몽을 꾸곤 하는데, 앞으로는 계좌번호 틀리는 악몽을 꿀 듯 싶다.^^ 다시 확인 또 확인. 그리고 3번에는 계좌의 주인 이름(여권 상의 이름과 똑같아야 함)을 치고 4번을 누른다.

     그럼 나오는 화면 위의 내용은 앞 입력 내용을 확인하는 내용이고 그 아래 1번을 누르고 그다음 2번에는 보낼 계좌의 은행을 검색해서 찾아야 넣어야 한다. 그런 다음 3에는 그 은행의 지점명을 검색해서 넣어야 하는데 여기서 또 한참 헤맸다. 중국은 같은 은행이라도 지점이 다르면 다른 은행으로 취급한단다. 그래서 돈을 보낼 계좌가 그 은행의 어디 지점인지까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검색해서 일치하는 지점명을 찾아 넣어줘야 한다. 도대체 무슨 순서로 정렬되어 있는지 알 수도 없는 (예를 들어 왕징 내에 있는 교통은행이라면 교통은행 왕징00지점이라고 불릴 테니 그 뒤로 쭉 나열되어 있음 좋으련만 그렇게 정렬되어 있지가 않다.) 지점명들을 일일이 검색해서 찾으니 내가 찾는 지점은 9페이지 끝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인터넷 뱅킹하는데 끈기가 필요하단 걸 중국 와서 깨닫는다. 그렇게 찾아서 지점명까지 확실히 넣어 준 뒤 4번 누르기.


    다시 송금 내용을 확인하는 위의 화면 아래로 1번에 받는 사람 전화번호, 2번에 '송금부언'이라기에 난 내 이름을 넣어줬다. 그런 다음 3번에는 은행에서 계좌 개설할 때 만든 거래 비밀번호. 한국은 4자리인데 여기는 6자리이다. 그러고 나서 4번을 누르면 내 중국 핸드폰으로 중국어가 복잡하게 쓰여있는 사이에 인증번호가 살짝 숨어있는 확인 문자가 날아온다. 대충 때려 맞춰보니 '은행 직원들은 절대로 네 비밀번호를 묻지 않으니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라는 경고성 멘트랑 그 뒤에 오는 숫자는 내 카드번호 끝자리 4자리, 그다음 숫자는 내가 보내려는 이체금액, 그리고 그다음에 오는 것이 인증번호 6자리, 그리고 마지막 끝 2자리 숫자는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숫자와 같은 숫자로 아마 인증번호 보낸 것을 확인하라는 숫자인 것 같다. 이걸 알기 위해서 또 한참의 시간 허비. 인증번호가 우리나라처럼 숫자로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영어와 숫자가 섞여 있어서 처음엔 이게 인증번호인지 뭔지 몰라서 한참을 버벅거리다 결국 맞이한 화면.


     빨간색 체크, 분명 보내졌다는 뜻이겠지? 문자메시지 오는 소리에 확인하니 이체되었다는 확인 문자가 왔다, 내 계좌의 잔액이 줄어든 거 보면 확실하다.^^ 그리고 빨간 동그라미 친 것을 누르니 거래내역으로 지금까지 했던 내용이 뜬다. 드디어 성공. 3시간 여 만의 성공이다. 휴~~~~ 돈 한 번 보내기 정말 힘들다... 원래는 위쳇 페이까지 연결하려 했었으나 오늘은 이것으로 만족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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