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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마루 Mar 21. 2016

모든 것은 어둠 속으로...

싼리툰

 싼리툰 :  대규모의 쇼핑센터와 개성 있는 바와 카페와 모여 있으며 캐나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을 포함한 79개 국가의 대사관이 모여 있는 베이징 클럽의 집중지. 매일 밤 9시 이후 밴드와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을 볼 수 있어 외국인들과 젊은 중국인들의 모임 장소로  애용되고 있는 곳.


     여러 가지 이유에서 싼리툰의 가장 유명한 장소인 유니클로. 그리고 그 옆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매장이라는 아디다스. 사실 난 이런 휘황찬란한 곳에만 오면 왠지 주눅이 드는 촌스러운 사람이라서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별로 안 좋았는데 유니클로에서 있었던 일들을 나중에 알고 나서는 더더욱 정이 똑 떨어졌다. 하긴 나 같은 사람 하나 정 떨어진다 해서 달라질 것도 없겠다마는.....


     우리나라로 치면 복합쇼핑몰 같은 곳인 것 같은 데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돌아다니는 중국인들도 모두 활기찬 모습에 예쁘게 생겼고 기본적으로 잘 꾸미고 다닌다. 꼭 우리나라 강남 같다.(근데 사실은 내가 강남에 가 본 적이 별로 없다는 게 함정) 뭐든 대륙적으로 시원시원하게 크다. 같은 베이징 내에 이렇게 천차만별인 곳이 존재한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21세기와 20세기 초가 함께 공존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아이들과 신랑의 성화에 못 이겨 들어가 기웃거려 본 아디다스와 아이폰 매장도, 배고픔에 못 이겨 헤매다 어렵사리 들어간 일식 식당도  전부 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후덜덜한 가격들인데 그곳에 있는 중국인들은 다들 여유로운 표정으로 양 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와 한 상 가득 고기를 구워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중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디를 가나 빈부의 격차는 존재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실감하는지가 행복의 조건이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격차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여유롭고 즐거운 표정 뒤에는 뭔가 가려진 것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끔찍한 비극이 이 화려한 곳에서 일어난 것이 아닐까? 고속으로 성장하는 것 뒤에는 언제나 뒤따르지 못하고 뒤쳐지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고 그 속도에 빠져 세상이 돌아갈 때는 모두들 앞만 보고 그 속도만 쫓으며 환호하지 뒤에서 썩고 문드러져 가는 것들은 외면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화려한 도시는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운 지도 모른다.


2015. 8.13. 싼리툰 유니클로 앞에서 20대 남자의 '묻지마 살인'으로 결혼한 지 10일 된 영국인 남성, 중국인 여성 부부 중 여성은 숨지고 남성은 다치는 사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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