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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마루 Mar 28. 2016

베이징 옛 거리를 헤매다

난뤄구샹, 스차하이, 옌다이셰제

     첫 주말 나들이 장소는 아이들이 책을 보고 한참 고민하여 선택한 난뤄구샹이라는 곳이었다. 발음하기도 힘든 그곳이 무얼 하는 곳이냐 했더니 엄마가 좋아하는 카페도 있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기념품 가게도 있는 그런 예쁜 거리란다. 그래서 좀 찾아봤더니 북경의 후퉁(주로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구 성태를 중심으로 산재한 좁은 골목길. 중국의 전통적 가옥 건축인 쓰허위엔이 이 후퉁에 많이 접하고 있어 베이징의 옛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관광지로 선호되고 있지만 개발이 진행되고 흉물이라고 하여 정리하는 추세에 있어 현재 일부만 보존되어 있는 상태) 거리였다. 그중 난뤄구샹은 젊음의 거리라고 해서 특히 외국인들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후퉁 거리 중 하나였다.


     첫 주말 나들이는 처음으로 중국에서 지하철을 타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지하철은 우리나라처럼 복잡한 노선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지하철을 탈 때 검색대를 거쳐야 하는 것을 빼고 다른 것은 거의 우리나라와 비슷하였다. 공항 검색대처럼 가방은 벗어 검색대를 통과시켜야 하고 사람은 따로 검색을 받아야 하는데, 검색받는 게이트는 한 군데밖에 없어 사람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는 이것이 가능할까 싶다. 실제로 우리가 탔던 우리 동네 지하철 역은 검색대가 한산했지만 좀 더 시내로 들어가자 출퇴근 시간이 아님에도 사람이 많이 몰리고 있었다.


     한 시간 여의 이동 끝에 지하철 역 입구로 나오니, 와우! 우리가 이곳이 중국임을, 대륙임을 무시했던 것이다. 평일에 그것도 북경의 조금 가장자리에서 한적하게 움직이다가 주말 북경 중심지에서 만난 사람 떼!


     사람에 밀려서 자세히 구경하는 것은 포기하고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목표인 꼬치집을 찾기 위해 인파를 헤치며 열심히 골목길을 찾아 나갔으나 한참을 걸어서 도착한 그곳엔 입구가 굳게 잠겨 있었다. 오늘만 쉬는 날인 건지, 아님 아예 문을 닫은 건지 막막함에 배는 더 고파오고, 그때 애들 아빠가 줄 서서 사온 오징어 튀김. 지금까지 먹어 본 중국 음식 중 가장 최고의 음식으로 등극이오. 그리고 아무렇게나 찾아 들어간 중국 자장면 집. 중국 자장면은 첫맛은 '음, 이게 무슨 맛?'이지 싶은데 먹다 보면 자꾸 먹게 되는 오묘한 맛이랄까? 한국 자장면보다 맛있지는 않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맛. 특히 반찬으로 시킨 오이 볶음이 생각보다 맛났다. 집에 가서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


     신랑과 내가 사람 많은 곳을 병적으로 싫어하기 때문에 아이들도 어느새 엄마 아빠를 닮아 아무리 지들이 좋아하는 곳(놀이공원)이라도 사람 많을 때 가는 것은 싫어하는 우리 가족이다.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 우리는 사람 많은 곳은 언제나 평일 새벽에 개장시간에 맞춰 문 앞에 기다리고 있다가 문 열자마자 얼른 들어갔다 나오는 방법을 택하곤 했었다. 여기서도 사람에 지쳐서 얼른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애들이 사고 싶다는 것들만 직접 사 오게 하고는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로 했다.


     사람이  좀 없는 골목길로 들어서자 진짜 중국인들이 살고 있는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좋아 보였으나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살아가는 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해서 자꾸 안을 들여다보게 되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사생활이 매번 노출되는 그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싶어 쭈뼛거리게 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런 나의 이런 궁금증은 며칠 뒤 인터넷 기사로 풀렸다.

대문을 열면 집 한채가 있는 형태가 아니라 골목길이 나오고 그 안에 다닥다닥 집이 모여있는 형태이다. 어찌보면 실제 후퉁거리는 이 좁은 골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베이징 '맹모삼억지교'        /     명문초등학교 옆 허름한 골목  
세입자 아닌 집주인에 입학권  /      원창 후퉁 11㎡집이 10억 원 육박

     내가 갔던 난뤄구샹은 아니었지만 학군이 좋은 원창 후퉁이라는 곳의 허름한 집 한 채가 10억 원에 달하는 가격에 팔렸다는 기사였다. 사실 집 한 채라 하지만 후퉁 안에 모여있는 집들은 중국 전통식 서민주택 형태로 골목을 향해 나 있는 큰 대문 안에 10가구 내외가 모여 사는 형태이다. 한 가구당 2~5평 정도의 단칸방 형태로 되어 있고 개별 화장실이 없어 공용화장실을 사용한다. 그런 열악한 환경의 단칸방이 우리 돈 10억에 해당하는 가격에 팔린 것이다. 도대체 왜일까? 중국에는 호구제가 있다. 호구제란 도시와 농촌 주민을 구분해 농촌 주민들은 도시로 이주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는 제도로 농촌 호구를 가진 사람이 도시에서 생활하게 되면 주민으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취업, 주택, 의료보험, 연금 등)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또한 자녀들의 입학 학교를 결정할 때도 이 호구를 근거로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집 주위에 있는 학교로 배정받을 수 있다. 즉, 주택 소유자는 해당 지역 학교로 배정받을 수 있지만, 실거주자인 세입자는 배정받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베이징 명문학군이 있는 원창 후퉁은 부유층들이 자녀들을 명문학교에 배정받기 위해 그 지역의 집을 사다 보니 집값은 최고로 치솟게 되었지만 실주거자인 세입자들은 그것과는 상관없이 열악한 주거환경을 버티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이런 점에서는 너무나 비슷하게 닮아 있는 것 같다.



     그렇게 거리를 좀 걸어가자 스차하이(십찰해-원나라 때 10개의 사찰이 있었다는 인공호수)라는 커다란 인공호수가 나왔다. 몇 년 전 중국에 왔을 때부터 느낀 점이지만 중국은 정말 크다. 뭐든지 크기로 압도한다. 그런데 조금만 자세히 보면 세밀하거나 정교하지는 않은 것 같다. 처음엔 그게 실망스럽고 짜증스러웠다. 그런데 이젠 그게 중국답다. 그런 것쯤 가볍게 넘어가는 호기로움! 여기 인공호수도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면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호수가를 따라 카페며 다양한 바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다양한 라이브 공연들을 하는 것으로 보아 밤이 되면 연인들을 위한 더 다양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일 것 같은 장소였다. 어디든 왜 물가를 따라서는 데이트 코스에 해당하는 거리가 조성되는지, 사람의 감정이 물을 보면 감성적이 되어서일까?


     그 주위의 골목길은 옌다이셰제라고 난뤄구샹과 비슷한 골목 거리가 형성되어 있어 볼거리 먹을거리 등이 풍부했다.


     이것저것 구경도 많이 하고, 중국 음식도 사 먹고, 기념품도 사고, 그리고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 이 건 완전히 한국의 인사동이다. 인사동 거리 돌아다니면서 상점들 구경하고, 먹을거리 사 먹고, 기념품 사고, 정말 똑같네. 그래서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건 똑같다고 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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