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라쓰>와 '진짜 어른'

by 자두 아줌마

“아마도 저 애가 당신한테 무슨 수작을 거는 것일 게요.”

“그런 소릴랑 마시오. 당신이 알고 있는 건 저 애(제제)의 일부에 지나지 않아요.”

-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중, 뽀르뚜가 아저씨가 빵집주인의 말을 반박하며.


우리는 누구나 멘토를 꿈꾼다.

날 이해해주고 아껴주고 응원해 줄, 그런 ‘진정한’ 멘토 말이다. 어린 제제는 뽀르뚜가 아저씨를 만나 변화되고 성장했다. 아이에게 뽀르뚜가 아저씨는 진정한 멘토였던 거다. ‘진짜 어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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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는 흥미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자수성가한 요식업계 CEO인데 돈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밟아버리는, 전형적인 악당 중의 악당이다. 그는 베트맨 시리즈의 ‘조커’ 같다. 사실 조커가 무시당하고 설움 당했던 가엾은 캐릭터가 된 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이전의 그는 별 이유도 없이 사람들을 괴롭히고 파괴를 일삼는, 못생긴 정신병자에 불과했다. CEO에게도 조커 같은 사연이 있었을 거다. 그렇게 천하에 재수 없게 구는 데에는 설움과 눈물이 가득한 그만의 스토리가 있었을 것 같다. 그렇게 보면 그도 불쌍한 사람이다. 그의 사연을 들추는 게 시청률에 도움을 줄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마치 우리가 전쟁 중인 것만 같다. 누군지, 어디에서 왔는지도 확실치 않은 적과 말이다. 불안한 우리는 누군가 손가락질할 사람이 필요해진다. 정부를 비난하고, 특정 종교를 비난하고, 확진자를 비난하고, 또 그 확진자의 가족을 비난하고... 그들을 비난하면서도 우리는 다 안다. 사실은 누구도 결과가 이렇게까지 나빠질 줄은 예상 못했다는 것을.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 드라마 CEO의 등장은 너무나 적절해 보인다. 욕을 먹거나 손가락질을 당해도 대단히 싼 캐릭터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가 밑바닥부터 시작했다는 드라마 설정은 그와 우리 사이의 심리적 벽마저 허물었다. 그와 우리는 한때 형제였으나 지금은 더 이상 아닌 거다. 더구나, 그에게는 조커와 같은 '눈물 나는 사연’ 따위도 없다. 누구나 ‘악’이라고 인정하는, 그래서 맘 놓고 손가락질하고 쌍욕을 퍼부어도 괜찮은 캐릭터. 그래서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시류를 잘 탔다고 보여 진다. 그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해봤다. 그는 어른이다. 모두의 위에서 군림하는 최고 권력. 그러나 누구도 그를 ‘진짜 어른’이라고 칭하지는 않을 거다. 그렇다면 ‘진짜 어른’은 어떤 사람일까? ‘멘토’인가?


'멘토'와 ‘진짜 어른’의 차이는 뭘까.

'마음'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따스함으로 상대의 아픔을 배려하고 어루만져주는 사람. 마음을 헤아려 조심스럽게 격려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 계산서를 두드리지 않고도, 아니 '손해'라는 대차대조표를 들고도 상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내어줄 수도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 어른'이 아닐까. 가난하고 말썽꾸러기이지만 가슴속에 상처가 가득했던 제제를 진심을 담아 토닥였던 뽀르뚜가 아저씨처럼 말이다. 조언해 주는 이는 많아도, 진심을 듬뿍 담아 자신을 내어 주는 사람은 흔치 않은 법이다.


드라마 속 CEO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는 그 사람과 다른가.

나는 얼마나 ‘진짜 어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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