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제> ...스포 약간 있음

by 자두 아줌마


“저 물고기들이 갇혀 있는 것 같지만 아마 저들은 우리가 갇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떠나려는 영석을 조제는 그렇게 보낸다. 네가 내게 갇혀 있는 건 싫다고, 그러니 떠나라고. 울며 어쩔 줄 몰라 자리를 피하려는 영석과 그런 그를 차분하게 붙잡는 조제. 조제는 그날 그렇게 더 단단해졌다. 더 자유로워졌다. 바닷속을 ‘날아가는’ 한 마리 물고기처럼...


세상으로 나가는 게 두려워 책 속에 빠져 사는 조제, 그리고 그런 조제를 서서히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영석. 아니, 그녀를 밖으로 나오게 한 건 그녀 가슴속 영석을 향한 ‘사랑’이었을까? 같이 보고 싶은 게 생기고, 같이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생겼으니까. 세상을 향해 마음을 닫았던 조제는 영석을 붙잡으러 대문을 박차고 나온 바로 그 순간, 이미 세상으로 향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고리타분한 표현 같지만 다분히 진리인, 그게 바로 ‘사랑의 힘.’ 호랑이가 담장 속 뚫린 구멍으로 스스륵 빠져나가듯, 세상을 향한 그녀의 두려움은 영석을 만난 후 조금씩 흩어진다. 어쩌면 호랑이는 세상으로 나가는 그녀였을까?


영석에게도 조제는 ‘사랑’이었다. 만나면 늘 따뜻하고 맛있는 밥을 차려주고, 늘 자신을 이용하기만 하려는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조제가 그에겐 ‘사랑’을 넘어 어쩌면 ‘집’과 같은 존재였는지도 모르겠다. 포근하고 편안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픈 ‘집’ 말이다.


어쩌면 조제도 알고 있었을까? 그 사랑의 끝을. 그래서 관람차에서 내려야 할 시간에 적극적으로 문을 막아서고는 한 번 더 위로 날아올랐는지도 모르겠다. 그와의 추억을 좀 더 늘리기 위해. 바닥에 고인 빗물에 비친 관람차의 흐릿한 모습에 문득 내 가슴이 아렸다. 그러나 그가 이끈, 그리고 조제가 더듬더듬 나아간 세상은 어둡기만 한 곳은 아니었다. 그녀는 관람차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의 모습에, 늘 상상만 했던 그 웅장함과 자유로움에 매료되었다.


결국 사랑은 끝이 났다. 아니, 사랑은 아련히 남아있는데 ‘관계’가 끝이 났다고 해야 하나? 아름다운 낙엽과 꽃들이 땅에 떨어져 ‘죽는다’는 조제의 말처럼, 그들의 만남은 방점을 찍었다. 그녀가 그를 보냈는지, 그가 그녀를 떠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쩌면 둘 다 맞는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떠난 그는 죄책감인지 사랑인지 모를 감정에 가슴이 아리고, 조제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무너진 틈 사이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영석이 눈처럼 하얀 콘크리트를 발라 고쳐놓았기 때문이다. 조제는 복지과 직원에게 큰 소리로 불평을 늘어놓기도 하고, 할머니의 유골을 세상 밖으로 꺼내어 봉안당에 안장하고, 직접 차를 운전해서 세상 밖을 휘젓고 다닌다. 더 이상 세상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가 탄 차를 앞지름으로 적극적으로 세상 속을 헤엄쳐 나간다. 그를 여전히 그리워하지만, 이제 그녀는 당당하고 씩씩하고 자유롭다.


누군가는 그들의 이별이 ‘현실적’이라고 표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꼬리표를 붙여 주고 싶지는 않다. 영석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두둔하고 싶지도 않다. 결국 그는 딱 그가 느끼는 사랑의 크기만큼 괴로울 거고 그 사랑은 어쩌면 죽기 전까지 문득문득 그를 아프게 할지도 모른다. 때로 사랑은 그렇게 가슴속에 상처만을 남긴다. 하지만 조제는 다르다. 세상으로 이끌어 준 그를 향한 고마움을 잊지 않을 거고 가끔씩 그 사랑에 가슴이 아리기도 하겠지만 그녀는 오늘보다 내일 더, 내일보다는 모레 더 씩씩할 거다. 그렇게 사랑은 그녀를 성장시켰고, 조제가 만들어갈 찬란한 인생은 이제 시작이니까.


조제, 파이팅!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요따구로 입어도 예쁘고, 조따구로 머리가 부스스해도 예쁜 사람은 그녀가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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