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두 아줌마 Jan 06. 2021

기성세대가 느낀,
MZ세대의 행복찾기

기성세대가 본 MZ 세대는? 

자기 주관 뚜렷하고 워라벨 좋아하고 소확행 중시하고. 

속된 말로 바꾸면, 싸가지 없고 지밖에 모르고 셀카만 열라 찍고.

그럼, MZ 세대가 본 기성세대는? 

고루하고 짠내 풀풀 나고 일 중독에, 만날 ‘라떼’를 들이붓는 꼰대. 

     

세대 간 갈등은 아마 고조선 시대 이전에도 있었을 거다. 왜 환인이 환웅(환인의 서자)을 인간 세상에 내려보냈겠는가. 환웅이 더럽게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한 환인이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땅으로 쫓아낸 것 아닐까? 만약 그랬다면, ‘원조’ 세대 갈등이다.          


MZ 세대의 ‘행복 찾기’를 그린 책, <1cm 다이빙>.

두껍지도 않고, 자그마하고, 고양이 표지도 정말 귀엽고, 게다가 알찬 기획력까지 돋보이는 수작이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하지만 내가 유심히 본 건 책 표지도, 기획력도, 흥미로운 내용도 아니었다. 바로 그들의 ‘상처’ 였다.     


누가 그랬나? 젊음은 ‘젊음’ 하나만으로 반짝반짝 빛난다고... 20대 땐 ‘개소리(죄송!)’라고 생각했었는데, 기성세대가 된 지금 나도 은연중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책에 그려진 그들의 삶은 치열했다. 1cm만큼만이라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그들의 몸부림은 그래서 더 슬프고 애잔하게 느껴졌다. 사실 나도 그랬었다. 그땐 너무 힘들었다.     


가족에, 친구에, 사회에 상처받아서 아주 너덜너덜해져 가지고 지쳐 쓰러져 울기 일쑤였고, 그러다가 해어지고 꾸깃꾸깃한 삶을 조금이라도 펴 보겠다고 애쓰면 어딘가가 투두둑 뜯어져 여기저기 실오라기들이 난무하고 때로는 거대한 구멍이 뚫려 버리기도 했었다. 정신을 차리려는 발버둥이 간혹 더 깊은 나락으로 나를 밀어버리기도 했다. 그걸 잠시 잊고 있었는지, 눈으로 읽어내려간 그들의 불행이 내겐 ‘충격’처럼 다가왔다.     


“소화가 하나도 안 돼서 끼니마다 소화제를 먹고 있다거나, 공황장애가 너무 심해져 점점 지하철을 타기가 힘들다는 걸 엄마에게 말할 순 없었다.”

“엄마 없는 자식이라는 꼬리표가 서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무섭다. 어린 날 받았던 눈초리는 시간으로도 잘 치료가 안 된다. (...) 어린 시절은 불행한 일의 연속이었으며 커서도 불행의 연속이었다.”     


그들이 느꼈던 아픔이 기성세대의 잘못 때문인 것도 같아 가슴 한구석이 쓰리기도 했다. 그들은 단지 따스한 시선과 위로가 필요했을 뿐인데 세상이, 기성세대가 그런 것들을 주지 못했던 것 같아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고 마음 아팠다.  하지만 MZ 세대는 과거의 나보다 현명했다. 불행 극복법을 연구할 줄 알았다.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려보고, 

조금 다른 일들을 시도해보고, 

버리고 싶은 것들을 버리는 연습도 좀 하고, 

내 장점도 다시 한 번 찾아보고, 

스트레스 해소법을 서로 나누고, 

배우고 싶고, 해보고 싶은 것들을 머리 싸매고 궁리도 하고.


그들은 행복해지고 싶다는 공상에서 벗어나 인류가 미지의 달에 첫발을 내디디듯, ‘행복 찾기’를 향한 방법들을 찾아낼 만큼 많이 지혜로웠다.     


“불행에 민감한 만큼 행복에도 민감해보고 싶다.” 

“작은 불행들을 작은 행복들로 물리치는 것.”     


따뜻하게도, 불행했던 기성세대를 위로할 줄도 알았다. 기성세대인 내가 부끄러움을 느낄 만큼, 성숙하고도 단단한 모습을 보여줬다.     


“나는 여전히 엄마가 어떤 건지 모르기에 엄마의 엄마가 된다는 건 더더욱 상상할 수 없지만, 등을 토닥여주며 말해주고 싶다. 스스로를 생각하기에도 벅찬 그 나이 때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를 돌본다는 건 정말 힘들었을 거라고.”     


언젠가 MZ 세대도 기성세대가 될 거고, 노인이 될 거고,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서서히 변할 거다. 

그러나 "이렇게 어른이 되어 버렸는데, 내 작은 캐릭터와 어린 시절 시간을 보내던 마을이 그대로 있었다"는 책 속 표현처럼,  그들이 보여준 희망의 흔적들은 시간의 흐름에 탈색되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있어 줬으면 좋겠다. 불행 속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그래서 다른 세대에게까지 행복을 전파해 지구 전체를 해피 바이러스로 꽉 채울 수 있는 전무후무한 인류 첫 세대, 바로 ‘그들, 막강 MZ 세대’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MZ세대, 화이팅! 

작가의 이전글 그녀의 행복 찾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