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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두 아줌마 Jan 07. 2021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죽음은 그냥 없는 걸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물방울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 

물방울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일 수도 있고.” (by 김창열)      


맑고 투명한 물방울이 캔버스 위에 ‘영(!)롱(!)’ 소리를 내며 놓여있다. 

금방이라도 또르륵 흘러내릴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영원히 거기 매달려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응축된 생명력.

세상의 모든 빛을 가슴 깊이 품고 있는듯한 포용력.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누구나 소유할 수는 없는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

허무와 소멸이 필연적으로 내재하고 있지만, 동시에 뜨거운 삶에의 투지로 똘똘 뭉쳐 있기도 하다.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회화는 쌀이 없을 정도로 가난했던 신혼 시절, 작업실로 사용했던 프랑스 파리 외곽 마구간에서 시작됐다. 유화 색채를 떼어 내 재활용하려고 캔버스에 물을 뿌렸는데, 캔버스 뒷면 솜털에 맺힌 크고 작은 물방울들이 순간 아침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이 나는 그림으로 보였다고 한다.      


베르사유 궁전에 박힌 보석들이 설마 이보다 더 반짝였으랴. 캔버스에 맺힌 구슬방울들은 더럽고 초라한 마구간을 단숨에 천국보다 더한 공간으로 만들었을 것 같다. 가장 낮은 곳에 임했던 가장 고귀한 존재, 예수처럼... 어쩌면 그순간 김창열 화백은 그 옛날 아기 예수를 인류 최초로 만났던 소년 목동들 중 하나처럼 환하게 웃고 있지 않았을까.       


어찌 보면 누군가의 눈물 같기도 하다. 기뻐서, 슬퍼서, 행복해서, 때로는 서운해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 때로는 파르르 떨며 참아보지만 가슴 속 가득 차오르는 물방울을 숨길 수는 없는 법이다. 아슬아슬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고 애달프다.  

인간의 희로애락이 다 거기 그렇게 응고되어 담겨 있다.      


"너절하지 않은 화가로 기억되고 싶다. 있으나 마나 하는 것이 너절한 것이 아닌가."(by 김창열)

아마 무언가 울림을 줄 수 있는 화가로 기억되고 싶다는 말씀이 아닐런지...

그분의 물방울이 오늘 내 마음에 와닿았다.      


2016년, 제주도에 김창열 미술관이 개관했다는데 가 보진 못했다.

제주도에 가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김창열 화백님,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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