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반 뼘’을 둔 셈질, 그런 알량한 저울질을 그만두면, 어쩌면 그 반 뼘 공간이 아니라 지구 땅덩이 전체가 내 것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먼저 배려하며 자긍심과 감사함을 가지고 따뜻하게, 살만하게 만드는 곳. 그래서 내가 편안하고 내 아이들과 내 이웃이 편안한 곳. 그런 곳은 전부 우리 땅, 내 땅 아니겠는가.
<인생을 배우다> by 전영애
참으로 맑은 책 하나를 만났다. 신문을 뒤적이다 우연히 칼럼 하나가 눈에 띄었는데, 그 글이 바위 밑에서 이제 막 퐁퐁 샘솟는 투명하고 청청한 옹달샘 같은 거다. 그래서 알게 된 책이다.
가족 중 하나가 우울증에 걸렸다고 했다. 가볼 수는 없고 요리 솜씨는 더욱 없어서 급하게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주문해 보냈다. 맛있는 거 먹고 기운 차리라고. 톡이 왔다.
고마워.
내가 혼자가 아니라서 너무 기뻐.
그러니?
난 늘 혼자인 것 같은데. 좋겠다 넌.
평소에는 전화도 다 씹다가 뭔가를 받아야만 연락이 되는 그녀가 참 밉게 느껴졌다. 그러다 윗글을 발견했다.
왜 나만 늘 배려해야 하냐구!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든 다음 생각.
그럼 난 이제까지 받은 게 없나? 그녀가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문득 10년 전 일이 떠올랐다. 다니던 교회에서 진행하던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됐었다. 날 상담해 주셨던 선생님은 대학원에서 이제 막 상담 공부를 시작하신, 일종의 초보 상태이셨는데 그런 기회마저 내게는 단비와도 같이 느껴졌었다. 처음 상담을 시작할 때 해 주셨던 선생님 말씀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왜 상담을 받고 싶어요?
전 좋은 엄마가 되고 싶거든요. 제가 겪은 것들을 아이에게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럼, ㅇㅇ씨는 꼭 그렇게 되실 거예요. 뚜렷한 목표가 있으니까요.
그 말씀 하나에 더 용기를 냈던 것 같다.
세상에게 상처받았지만 세상에서 치유 받았다. 어느새 그 감사를 잊고 살았나 보다.
고맙습니다, 전영애 선생님. 깨달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상담 선생님. 절 살게 해 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