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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두 아줌마 Jan 18. 2021

코로나 가족 전쟁

가족도 살아남아야 한다


코로나로 사춘기 아들 녀석과 하루 종일, 1년을 붙어있으니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워낙 개인적인 사람이라 난 늘 내 공간이 필요한데 코로나는 대걸레인 양 그 녀석과 나 사이에 그어놓은 금을 아주 깔끔하게 지워버렸다. 그러다 이 문장을 만났다.     


Sow a thought, reap an action: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Sow an action, reap a habit: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Sow a habit, reap a character: 습관이 바뀌면 성품이 바뀌고

Sow a character, reap a destiny. 성품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 

                                                                            (by Ralph Waldo Emerson)     


생각을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안 지겨워. 난 즐거워. 하하하.

효과가 없었다. 마음속 누군가가 속삭였다. 거짓말! 

다른 생각이 필요했다.      


얼마나 배 아파서 낳았는데... 당연히 ‘내 사랑’이지 – 그래도 힘들지?

저 아이가 내게 얼마나 많은 걸 가르쳐 줬는데... 내 선생님이야. (크게) 선생님~ 

                                                                                - 뭐야, 오버하지 마!

언제 이렇게 애 얼굴을 하루 종일 보겠어? 아주 씐나(신나)~ 

                                                                                - 이봐, 정신 차려! 1년 더 남았다고. 

이도 저도 안 먹히면 나보고 어쩌라고! 그냥 만날 화내며 살까? 

                                                                                - 할 수 없잖아. 운명이라 생각해. 에휴...     


마지막에는 한숨이 나왔다. 그냥 이렇게 축 처진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걸까, 하며 낙담하는 순간! 뭔가가 머릿속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아, 어쩌면 지금 내가 '남편의 어린 시절'을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구나!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렇다. 

그 사람이 자라온 환경이, 해온 생각들이, 그리고 했던 행동들이 궁금해진다. 그가 발 딛고 선 현실을 넘어 과거에까지 호기심을 발동하게 된다. 어쩌면 내가 궁금해했던 그의 과거를, 그의 어린 시절 모습 그대로를 지금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과거 흑백사진들이  종이 위에서 불툭불툭 튀어나와 3D 필름으로 재현되는 거다.      


앗, 그의 어린 시절이 깨어났다. (지금이 도대체 몇 시냐고!)

응? 그의 어린 시절이 간식 달라 하네. (밥 먹은 지 겨우 1시간 됐는데 또?)

오, 그의 어린 시절이 공부하고 있어. (기특해)

엉? 그의 어린 시절이 어느새 게임을!  (이 노무 자슥이!)

아앗! 그의 사춘기 어린 시절이 짜증을... ;;;;;;;;;;;;;;     


그래... (시)어머니도 키우느라 힘드셨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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