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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두 아줌마 Jan 24. 2021

영화 <소울 Soul>, 스포 있음

영리한 디즈니. 그러나, 난 이 영화 반댈세

 처음에는 영화를 보는 도중 울 뻔했다.

그래, 하루하루를 감사하면서 살면 되는 거지, 아등바등 살 거 뭐 있어.

그러다 영화 관람 후 사춘기 아들이 내게 던진 말을 듣고는 확 깨어났다.

“목적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구나~”   

 

목적(purpose)이란 뭘까?

목적이란 목표(goal)를 추구하는 동기, 의미, 그리고 이유 같은 거란다. 예를 들면,     


언젠가 가수 제시가 <언프리티 랩스타> 라는 경연대회에서 출연자들을 향해 이렇게 소리쳤다.

“We are not a team. This is a competition! (우린 팀이 아니야. 이건 경쟁이야!) 

이때 제시의 목표는? ‘경연대회에서 1등 하는 것.’ 

그럼 목적은? 안 물어봤지만, 아마도 ‘음악으로 최고가 되는 것’ 정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영화 주인공 ‘조’의 목적은 뭐였을까? 

좋아하는 피아노에 빠져 살면서 돈도 버는 거? 아니면, 자신의 음악을 이웃과 나누는 거?      


“(꿈에 그리던) 밴드 연주자가 됐는데 기분이 왜 이렇죠?”

‘조’는 목적(purpose)을 이루었지만 뭔가 허전함을 느낀다. 목적을 위해 애쓰느라 하루하루의 삶을 그냥 지나쳤던 것.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일상에 감사하게 된 건 정말 잘된 일이다.      


‘조’의 조언을 받아들인 영혼 ‘22’도 새로운 시작을 위해 지구로 내려간다. 그렇게 열심히 자신의 ‘목적’을 찾아다니더니 마지막에 마치 뭔가 발견한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파란색 민머리 꼬마(?)가 발견한 ‘스파크’란 게 주목할 만하다.      


태어나기 전 영혼들은 모두 자신만의 ‘스파크’를 발견해야 하는데, 영화 흐름상 ‘스파크’는 ‘자신을 감동시키는 어떤 것’ 정도 되는 것 같다. ‘목적’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도 목적인 듯, 목적 아닌, 목적 같기도 한 애매모호하고 두루뭉술한 개념이다. 다른 영혼들의 스파크는 보통 ‘무언가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 이었는데, 영혼 ‘22’의 스파크만 (주인공이라 그런지) 무척 특별하다. 바로 ‘일상을 즐기고 감사하는 것.’ 요즘 말로 하면 ‘소확행’ 정도 되겠다.      


여기서 드는 생각. 그럼, 이 꼬마는 지구에 내려가서 뭘 하게 되는 거지?

하루하루를 즐겁게 감사하며 사는 건 좋은데, 그렇게만 된다면 뭘 해도, 뭐가 되어도 상관없다는 건가? 

그런 맥락에서 보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목적도 중요하고 일상도 중요하고’가 아니다. 

마치 디즈니사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

목적은 중요하지 않아.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지. 

주인공 꼬마 영혼이 마치 ‘목적’ 없이 태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이다.      


사실 ‘스파크’는 주고객층 중 하나인 학부모들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한 안전장치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들이 분명 이렇게 질문할 거니까.


학부모: 다른 영혼들은 지구에 내려갈 ‘목적’ 이 있는 것 같던데, 영혼 ‘22’는 가서 뭐하니? 

디즈니: 확실히 말해 두는데, 그건 ‘목적’ 이 아니라 ‘스파크’였어. 그리고 걔는 뭐라도 하겠지. 

             중요한 건, 그 꼬마가 일상을 엄청 감사하며 살 거라는 거야. 

             ‘목적’이야 (지구에) 내려가서 어떻게든 찾을 거야. (뭐, 없어도 그만이고).

학부모: (이구동성으로) 얘 뭐라니?!!!     


영화 <소울>은 기발한 창의력과 신선한 아이디어들로 꽉 찬 영화였다. 

코로나 사태를 예견하고 기획한 영화는 아니겠지만, 코로나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기도 했다. 

일상은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도 가르쳐줬다. 사실, 목적에 매몰된 일상은 상상만으로도 건조하고 지루하다.     

 

하지만 과연 목적 없는 일상이 즐겁기만 할까? 

방향 없이 흘러가는 배 안에서 계속 행복할 수 있을까? 

의미를 추구하지 않는 삶에 인간이 얼마나 오랫동안 만족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 목적이 없을 수는 있다. 

그렇다고 목적은 그렇게 필요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다는 메시지는 좀 곤란하지 않을까. 

특히 디즈니의 주 타겟층인 어린이들에게 전해주기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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