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우리를 감동시키는 영화
오래전 봤던 영화다.
순수함이 지나칠 때라 그랬는지 마지막에 나오는 키스 씬들이 다소 충격적(?)이었고,
잘 자란 토토 눈가에 살짝 맺혀 있던 반짝반짝 빛나는 눈물이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도 엔니오 모리꼬네 음악이 압권이었던 영화로 기억한다.
분명 가슴 찡한 뭔가가 있었는데,
그땐 그게 무언지 확실히 몰랐던 것 같다.
그 영화가 작년에 다시 극장에 걸렸었다.
코로나에 지쳐서, 그리고 왠지 모를 설렘과 그리움으로 아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갔었다.
불이 꺼지고... 오래되어 색이 다 바랜 듯 착 가라앉은 회색빛의 어두운 화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 구석에 100년은 처박아 놓은 듯한 LP 음질의 음악이 가늘게 떨리며 울려 퍼지고... 나는 콩당콩당 볼 빨간 사춘기 소녀로 돌아가 가슴 위에 가지런히 두 손을 모아 쥐고는 그대로 영화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늘 궁금하기는 했다.
알프레도는 왜 그 많은 키스 씬들을 토토에게 남겼을까?
영화를 다시 보면서, 수수께끼가 조금 풀렸다.
영사실을 나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던 골칫거리 꼬마 토토에게 알프레도가 소리쳤다.
이 잘린 필름들은 다 네 거니까, 여기에다 두고 당장 나가라고.
기쁘게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던 토토는 잠깐 멈칫 하더니 냉큼 돌아와 다시 묻는다.
"왜 내 건데 (내게) 안 줘요?"
결국 알프레도는 돌려줬다. 좀 많이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하지만 그 낡은 필름들을 바라보며, 감독이 된 토토는 분명히 들었을 거다.
이거 봐, 토토.
네 꼬맹이 때 꿈이야.
자라서도 늘 네가 꾸던 꿈.
어쩌면 지금도 꾸고 있을 꿈.
너와 나의 그 꿈이야.
넌 잘 해왔고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거다.
넌 내 꿈이니까.
내 친구니까.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하나밖에 없는
내 아들이니까.
벅차올라 터져 버릴 것 같은 감동을 꾹꾹 밀어 넣으며 사춘기 아들에게 물어봤다. "영화 어땠어?"
아들이 싱긋 웃었다. 뭐 이런 구닥다리 영화를 보여주느냐는 표정이 살짝 배어 나왔다.
나도 같이 웃었다.
얘, 그거 아니?
알프레도가 토토를 사랑한 딱 그만큼,
나도 널 사랑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