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글을 쓰는 게 두려워질 때가 있다.
아주 좋은 글을 만났을 때다.
그런 글을 만나면 엄청 반가우면서도,
이런 글이 세상에 이미 나와 있는데
구태여 내가 끄적일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못 찾고 안 찾아 읽어 그렇지,
사실 세상은 이런 깊은 글들로 넘치고 있을 거다.
그럴 땐 정말 많이 우울해진다.
하지만 내 글은
내가 살기 위해 쓰는 글.
숨쉬기 위해 부지불식중 허파를 작동시키는 것처럼
글은 이미 내 삶 깊숙이 녹아있다.
단지 죽지 않기 위해,
살고 싶어 썼고
쓰려고 썼던 게 아니라
써야만 해서 썼었다.
글은 인공호흡기 정도가 아닌,
내 심장 그 자체였으니까.
좋은 글 쓰신 분의 나이 즈음 되면
나도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아마 그럴 수 없을지도...
하지만 그분의 삶과 내가 걸어온 길이 다르고
그분이 겪은 상처와 내 상처가 다를 테니
어쩌면 나는 그분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같은 인형을 보고도 다른 스토리를 떠올리는 꼬마 아가씨들처럼 말이다.
사람들의 삶은 다 다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버거움을 안고 살아 간다.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내게 의미 있는 것처럼,
어쩌면 내 이야기도
아주 가끔은
그들에게 그럴 수 있을지도...
그런 위로 아닌 위로로,
가만히 내 마음을 토닥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