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토끼와 슈팅스타맛 솜사탕
저물어가는 여름의 낭만에 대하여
by seayouletter Sep 9. 2024
우리는 길을 걷다가 무심코 바라본 하늘에 뜬 별이 예뻐서 함께 별놀이를 가기로 했지 어쩌면 그게 점점 저물어가는 여름의 마지막 낭만이 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생전 처음 가본 곳에서 펼쳐진 낯선 풍경에 조금은 당황했던 것 같기도 하고
내 머리 위의 고 자그마한 하늘에 그렇게 많은 별이 뿌려져 있을 수 있다는 걸 나는 그때 처음 알았어 내가 볼 수 있는 건 겨우 요만큼의 하늘일 텐데 그렇다면 이 하늘에는 도대체 얼마의 별이 존재하고 있는 걸까 생각하면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저기 좀 보라며 한참을 연신 소리쳤던 것 같아 너는 그런 나를 보며 맞장구치고 함께 목이 빠지도록 하늘을 바라보았지
우리는 함께 도로 위에 누워 고요한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별들에게 엉뚱한 이름ㅡ이를테면 계란말이와 버터링, 청개구리와 참깨 같은 것들ㅡ을 지어대며 키득대다가, 짧은 키스를 나누고 다시 한참을 또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나는 갑자기 뜬금없이 요상한 상상이 떠올랐어 슈팅스타맛 솜사탕을 뜯어먹는 달토끼와 커다란 김 한 장에 뿌려진 소금 같은 별들에 대해서 말이야
하늘에 걸린 구름들이 초여름에 먹었던 솜사탕 같더라고, 손가락으로 집어서 잡아당기면 스스슥 떨어져 나와선 옛날 할아버지 수염 같은 모양을 했던 그런 솜사탕 같았어 그런데 달에는 토끼가 산다고들 하니까, 그러면 달에 사는 토끼는 솜사탕 같은 구름을 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그러면 달토끼가 먹는 구름의 색은 분홍색이었으면 좋겠다 뭐 이런 말들을 붙여 가며 열심히 이야기하는 사이에 구름은 흘러가 버리고 새까만 하늘과 별만 남아버렸지 뭐야. 그러니까 또 내 눈에는 그 하늘이 무수히 많은 별들로 간을 한 새까맣고 커다란 김 한 장처럼 보이는 것 같기도 했어 별들로 간을 한 김은 어떤 맛일까?
세상에 내가 언제 이렇게 상상력이 풍부해졌지, 스스로도 신기하게 여기던 찰나에 너의 기쁜 목소리를 들었어 너는 그런 내가 대견하다는 목소리였는데. 너는 언제나 나보다도 훨씬 엉뚱한 상상을 하곤 했잖아 나는 언제나 그런 너를 신기해했고
이제는 나도 조금 멋진 상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치
오늘 집에 돌아가는 길엔 달이 예쁘더라
거기엔 아마 홀쭉해진 초승달에 기대 누워 슈팅스타맛 솜사탕을 혼자서 몰래 꺼내 먹을 달토끼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