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by 목석


산에 단풍 드는 계절이 오면
자연의 빛 찬란한 시절이 오면
그 역시 움튼다
썩어 누렇게 부르튼 고목
바야흐로 흐드러지는 오색빛 타고
기생을 위한 기지개를 편다


겸손히 고개 숙인 황금빛 물결
붉게 불사르는 절정에 선 열정
가슴 드넓은 산야의 너그러움 받아
한 부분 버티고 서서
그윽한 향기의 물결 속으로
부패한 시신의 내음 흘려 보내고
도리어 커다란 목소리로
삶에 충만한 산하를 향해
백안을 갈아 끼운다
썩은 동태 두 눈에.


허나,
자연의 빛 찬란함은 언제까지런가
오색빛 휘황함은 또 언제까지런가
황금빛 너그러움도 잠시 뿐

붉게 탄 열정도 스러지고
가슴 드넓은 산야에
다음 씨앗 영글게 할 시신이 쌓이면
경탄의 눈빛도 스러지고
다음에 피어날 새싹을 위해
흐드러진 자세를 가다듬나니.


이제 썩은 고목은 설 자리를 잃고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나목으로
백설을 맞아야 한다
교감하는 정의 따스함 없이
매서운 북풍에 몸을 던져야만 한다
그리하여 영원의 무덤으로 가야한다
이장도 개장도 없이
영원히 내버려져
잡초가 나딩굴고
어느덧 이름 없는 흙무덤이 될
영원의 어둠으로 가야한다
헤어나지 못할, 영원히
가없는 암흑으로 가야만 한다

보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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