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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석 Sep 13. 2017

이동결 교수

금융 개혁

* 2017년 9월 출간 <동네 카페에서 반자본의 커피를 내리다>

* '카페와 함께 하는 사람들' 중에서...


이동결(李凍結) 교수, ‘금융 개혁’

          

금융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뭐니 뭐니 해도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거라 할 수 있습니다. 흔히 금융을 혈관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경제라는 몸에 피(돈)를 잘 돌게 해서 건강을 유지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금융이 혈관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몸체를 자기 맘대로 쥐고 흔드는 괴물이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폐해입니다. 금융이 실물경제를 쥐락펴락하게 된 것입니다. 그것이 한 나라의 경계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를 마음대로 돌아다니면서 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이 되기도 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IMF 사태’입니다. 실물경제와는 무관하게 투기성 핫머니가 한 나라의 경제를 망가뜨리는 패악을 저지른 것으로, 속된 말로 하면, ‘돈지랄’을 한 것입니다. 그로 인해 애꿎은 서민들만 죽을 고생을 했습니다.


예로부터 금융 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급여가 높았습니다. 그로 인해 똑똑한 고급 인력들이 금융 분야로 많이 몰려들었습니다. 금융 기법이 점점 고도화되어 그것이 사업의 리스크를 방어하는 역할도 하고, 시민에게는 좋은 상품으로 제공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 되면서 그들이 만들어내는 금융 상품은 정체를 숨긴 괴물이 되었습니다. 거기엔 유명 대학을 나온 똑똑한 젊은이들이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근거도 실체도 없는 복잡한 상품을 만들고는 고급 상품인 양 포장했습니다. 일반인들로서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수도 없는 것들을 머리 좋은 그들은 뚝딱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경제에 이로운 신상품인 양 팔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상적인 상품이 아니라, 사기꾼의 거짓 상품이었습니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문제는 터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모기지 사태’입니다. 그로 인해 애꿎은 서민들만 죽어나간 건 IMF 사태와 동일합니다.


금융이 경제의 서포트 역할에서 벗어나 소위 ‘돈 놓고 돈 먹기’에 빠지면 그때부턴 탐욕입니다. 투자가 아니라 투기가 되는 것입니다. 투기는 불법적인 것이고 정의에도 어긋나기에 단속이나 처벌이 합당하겠지만, 온갖 구실을 붙여 정상적인 사업인 양 합리화합니다. 거기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추종자들뿐만 아니라, 철학 없는 정부도 한몫 거듭니다. 금력과 권력의 만남, 힘 가진 자들이 한통속으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금융의 폐해에 대해 일반인들이 느끼는 감정은 비교적 온건한 편입니다. 하긴, 소위 ‘단타’라고 하는 주식 투자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형국이니 문제의식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단기적으로 돈 놓고 돈 먹기를 반복하면서 자신의 행위를 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경제 분위기에서 반기를 드는 전문가가 많지 않은 건 당연합니다.


이동결 교수는 그 많지 않은 전문가에 속합니다. 김일수 재판관처럼 금융계의 ‘미스터 소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가 금융 문제와 관련하여 주장하고 희망하는 것은 ‘동결(凍結)’입니다. 금융의 역할을 경제에 피를 공급하는 것으로 동결하는 것, 금융이 경제를 흔드는 지경까지 가지 못하게 결박하는 것, 금권과 권력의 야합을 막는 것, 탐욕의 돈지랄을 금지시키는 것이 바로 그가 원하는 사항입니다. 실물경제를 받쳐주는 역할로 금융의 존재 가치를 동결하자는 것입니다. 


한편, 돈지랄은 비단 거시적인 것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미시적인 돈지랄도 문제가 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주변에서 졸부 같은 인간이 돈지랄 하는 것을 목격할 때의 불쾌감은 거시적인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자기 돈으로 무슨 짓을 하든 개인적으로 조용히만 한다면야 문제일 게 없겠지만, 타인의 권리를 빼앗거나 해를 끼치는 데 금력을 사용하는 건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나아가, 타인에게 해를 끼친 것에 대해서는 처벌받아 마땅합니다. ‘돈도 실력’이라고 말한 정유라 같은 인간에게 혐오감을 느끼는 건 당연합니다. 그의 돈지랄로 인해 다른 학생이 피해를 입었다면 그를 처벌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국가적으로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돈에 관해 사유해보는 건 그래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동결 교수는 주로 거시적인 금융 문제를 얘기하는 그 분야 전문가입니다만, 카페 프로그램에서는 말랑말랑한 미시 얘기도 곧잘 합니다. 늘 그의 방문을 고대하는 참여자들이 많다 보니, 그는 TS Café에 거의 결박당한 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참여자들이 기부하는 수익금은 카페로부터 동결 처리됩니다. 이건 카페의 의사가 아니라, 이 교수가 처음부터 약속한 것이므로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는 문제입니다. 남아일언중천금, 한 번 내뱉은 말은 그대로 동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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