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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석 Sep 20. 2017

진중근 교수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동네 카페에서 반자본의 커피를 내리다>

  '카페와 함께 하는 사람들' 중에서...


진중근(陳重根) 교수,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언론에서 하는 말을 사실로 받아들입니다. 거기엔 언론이라면 기본적으로 팩트를 다룰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깔려 있습니다. 독자는 팩트를 다룬 기사를 보고 그 사실에 입각해서 자기 스스로 현상을 판단한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언론의 시각에서 또는 그 프레임으로 세상을 본다고는 결코 생각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일보가 천안함 폭파 무기라며 인간어뢰를 그림까지 곁들여 설명할 때, 그걸 사실로 받아들이는 황당무계함도 그래서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각 언론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모든 언론은 그냥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그 팩트들을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똑같은 매체일 뿐입니다. 정치인들을 향해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똑같지’라고 말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그러니 이왕이면 분량 많고 보기 편하고 적절히 자극적인 조중동을 펼쳐듭니다. 기사 분량이 많다는 걸 유용한 정보가 많다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렇듯 문제의식 없는 독자들로 인해 ○○일보 같은 비상식적인 언론이 여전히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극우 보수 언론이 대놓고 황당한 얘기를 할 때도 있지만, 대개는 그 본색을 쉽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들의 교묘함은 진실을 땅 아래 숨기고 줄기만 얼기설기 뻗어서 독자로 하여금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드는 것에 있습니다. 분석 능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눈에 보이는 나무줄기를 그냥 사실로 받아들입니다. 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행간에 숨은 의도나 비논리적인 인과관계 따위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극적인 언어에 이끌려 비논리조차 긍정합니다. 세밀하게 따져보는 게 귀찮기도 하거니와, 이미 정보 습득 방법이 수동적으로 굳어진 탓이기도 합니다. 지식이 부족함에도 공부하지 않고, 남 탓은 잘하면서도 문제의식은 키우지 않은 결과입니다.


진중근 교수는 미학자로서 범상치 않은 날카로운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텍스트를 읽는 방식은 일반인과는 많이 다릅니다. 얼기설기 엮어놓은 나뭇가지들 사이를 하나하나 비집고 들어가 틈새를 살피는 것은 물론, 땅을 파고 들어가 뿌리까지 낱낱이 무게를 잽니다(重根). 교묘한 언론이 제아무리 뿌리를 숨기고 꼼수를 부려도 그의 눈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교묘함을 포착해서 낱낱이 해체해버리는 그의 능력은 가히 꼼수를 압도합니다. 더욱이 꼼수와 왜곡을 논박하는 그의 방식은 거의 묘기에 가까운 해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철학이나 미학을 들이대지 않고도, 그저 상대의 화법을 그대로 되돌려 쳐서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습니다. 자신이 뱉은 침이 고스란히 자신의 얼굴로 떨어지게 만드는 고급 기술, 거기에 진 교수의 진면목이 있습니다. 


조ㅇㅇ가 거의 사이비종교 신도의 자세로 박정희를 칭송하며 ≪내 ㅇㅇㅇ 침을 뱉어라≫를 썼을 때, 의식 있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침 뱉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진 교수는 그에 조응하여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를 씀으로써 그에게 통쾌한 반격을 가합니다. 그의 텍스트를 낱낱이 해체해서 모순과 불합리를 여실히 까발립니다. 비평가로서 서평을 하는 게 아니라, 그의 표현과 논리를 그대로 차용해서 그의 글들을 뒤집어엎습니다. 그의 억지와 무식과 몰염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이는 실상 진 교수가 침을 뱉은 게 아니고, 조ㅇㅇ 스스로 자신에게 침을 뱉는 결과가 되는 절묘한 방식입니다. 가히 ‘누워 침 뱉게 만들기’의 고수라 할 만합니다.


그는 유사민 작가로 인해 TS Café를 알게 되었는데, 이는 어쩌면 운명과도 같은 얄궂은 상황입니다. 노회춘 의원을 통해 유사민 작가가 카페와 인연을 맺었고, 다시 유 작가를 통해 진 교수가 카페에 오게 된 건, 소위 ‘노유진(노회춘, 유사민, 진중근)’의 순서와 같기 때문입니다. ‘노유진 정치카페’에서 세 분이 활동하고 있는데, 하필 TS Café와의 인연이 이름 순서대로 되었다는 건 일종의 미학이자 해학입니다.


진 교수가 카페에서 사람들과 토론하는 경우 참여자의 대부분이 대학생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의 ≪미학 오디세이≫가 대학생들에게 잘 알려진 때문인데, 이에 대해 유사민 작가는 간혹 시기 어린 눈초리를 보내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강의할 때나 카페에서 얘기할 때나 늘 젊은이들과 함께 하는 진 교수가 부럽다는 우회적 표현입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진 교수가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건지도 모릅니다. 유 작가의 시기 어린 눈초리에 진 교수는 그저 어깨를 으쓱합니다. “뭘 어쩌라구?” 하는 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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