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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석 Sep 27. 2017

윤서열 검사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동네 카페에서 반자본의 커피를 내리다>

  '카페와 함께 하는 사람들' 중에서...


윤서열(尹序列) 검사,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권력을 가진 국가조직 중에 검찰만큼 지탄의 대상인 곳도 찾기 어렵습니다. 국민 신뢰도 조사를 하면 늘 꼴찌 수준을 맴돕니다. 사람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큰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힘을 사사로이 휘둘러대기 때문입니다. 그 힘을 악용해서 사적인 이익을 챙기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부여해준 권력으로 국민을 자기 입맛대로 휘두르는 건,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반역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무고한 사람을 잡아다 간첩으로 몰아 죽이기도 하고, 정의와 법치를 외치는 시민을 빨갱이로 몰아 투옥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돈 몇천 원을 훔쳤다고 투옥하는 반면, 재벌 오너 등 부자들이나 부패를 저지른 자기 식구는 수십, 수백억을 해 먹어도 자유롭게 풀어줍니다. 법치를 실행하는 신분으로 법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뻔뻔함을 보여줍니다. 시민 편에 서기보다는 법을 어기면서까지 권력자 곁으로 가려고 안달합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국민들이 검찰에게 붙여준 견찰, 떡검, 색검 등의 별칭이 차라리 더 정확해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처럼 나이와 직급 등의 서열이 중요시되는 사회도 별로 없습니다. 그런 체제에서 권위자나 권력자에 충성하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누구든 적극적으로 따르거나 지지하는 사람이 있고, 그에 대한 충성심은 자연스럽기까지 합니다. 비교적 자유로운 조직에서도 그러하거니와, 검찰 같은 권위적인 조직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런 꽉 막힌 곳에도 의로운 사람이 더러는 있는 법입니다. 윤서열 검사도 바로 그런 사람 중 하나입니다. 위계의 조직에서도 그는 특정 사람에 충성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법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할 뿐, 상관의 부당하고 불합리한 지시에는 순종하지 않습니다. 그의 꼿꼿한 자세는 고위직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대상이지만, 시민들에게는 칭찬과 지지의 대상입니다. 법이 국민에게 봉사하는 게 옳은 거라면, 오롯이 법에 따라 행동하는 그 역시 옳습니다.


서열과 권위를 목숨처럼 생각하는 조직에서 윗사람에 대한 충성심이 없다고 공공연히 밝히는 것은 어쩌면 자살행위일 수 있습니다. 그건 개념 없는 자만심의 발로이거나, 그게 아니면 소신을 가진 자존의 모습입니다. 윤 검사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 법치에 대한 불편부당한 태도, 줄 대지 않는 독립 정신을 가진, 좀처럼 보기 드문 소신 검사라 평할 수 있습니다. 그가 상관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다 지방으로 좌천되었을 때, 국민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은 건 역설적 현상입니다. 그의 이름이 ‘서열(序列)’인데, 서열에 저항하는 것도 역설입니다.


윤 검사가 TS Café와 인연을 맺게 된 건 순전히 우연입니다. 상관의 수사 방해에 맞서다 지방으로 좌천되어 부임지로 가는 길에 잠깐 들른 것입니다. 그는 좌천되었지만 결코 좌절하거나 의기소침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줄 대기와 음모가 난무하는 중앙 무대에서 내려와 한적한 시골에서 마음을 정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좌천이 반갑기도 했습니다. 이는 그 옛날 선비가 중앙 관직을 내려놓고 지방으로 가는 마음과 유사합니다. 유랑하는 선비가 주막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그 역시 카페로 끌리는 발길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그 순간 커피를 마시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귀신에 홀린 듯 발걸음이 카페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매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알 수 없는 친근함에 사로잡혔습니다. 마치 오래 전부터 알아왔던 것처럼, 마치 오래 전부터 친구였던 것처럼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는 청탁하려는 음식점에는 절대 가지 않지만, 참여하려는 카페에는 기꺼운 마음으로 방문합니다. 권력자에 줄 서는 건 싫어하지만, 카페에서 줄 서는 건 좋아합니다. 권력자의 부당한 지시에는 반발하지만, 주민들의 살가운 요청에는 기꺼이 응합니다. 그의 기준에 서열이 있다면, 그건 계급의 서열이 아니라 인간성의 저열함에 대한 서열이거나 준법과 불법의 서열입니다. 이렇듯 훌륭한 윤 검사도 카페에서의 서열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미천합니다. 카페 참여자들에 대해서 법으로 서열을 정할 수 없으니, 나는 새도 떨어뜨릴 윤 검사에게도 이는 어찌할 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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