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길을 걷다가
구석진 곳 작은 민들레가 눈에 띄고
늘상 보던 나뭇잎에서
미세한 잎맥의 멋을 보게 된다면
그건 나이 들었다는 징표입니다.
팔팔한 청년은
그 자체로 이미 꽃이요 푸르름이라
굳이 사소한(하찮은?) 걸 보지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나이 들었음을 느끼며
한숨 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세월을 먹고 자란 마음 속에는
욕심 대신 여유가 자리잡고
거창함 대신 사소함이 늘어났을 뿐.
그런 사소함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잃어버린 세월쯤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낯선 것을 찾거나 발견하고
거기서 설렘을 느끼는 게 청춘의 특권이라면
익숙한 것에서도 낯선 것을 발견하고
거기서 행복을 느끼는 건 중년의 특권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