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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직한 인사선배 Jun 06. 2023

수시해고가 가능한 문화(?)

스타트업 생존기

대기업에서 크고 작은 조직의 잘됨과 잘되지 못함을 경험했지만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은 늘 새롭고 낯설다.





HR의 경험을 13년 넘게 쌓아가면서 내가 깨닫는 것은


'누구나 HR을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누구나 HR을 잘 할 수 없다는 것'.


잘한다는 것에 대한 내 개인적인 기준은,


"몸 담은 조직을 탁월하게 만드는 것" 이라고 여긴다.

탁월하다는 것은 '적자였던 사업'이 흑자로 전환하는 것일 수도 있고


흑자의 규모가 적었던 곳이 그 규모를 크게 늘리는 것으로

간략하게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 사업은 숫자로 증명하는 것이니까.




HR이 잘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수준 높게 잘하는 방법과 수준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나눠 보고 싶다.  


수준을 포기하는 방법은,

CEO의 방식에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것인데


사업을 이끄는 CEO의 입장에서는 마치 전쟁과도 같은 하루이기에 당장 본인과 함께 창을 던지고 화살을 날릴 마음 맞는 전우만을 원한다.


뒤에서 서포트하며 받아주는 사람들의 어려움이나 하소연을 듣게 되면 '저들이 내 속도를 늦춘다'고 오해를 하게 된다.


여기서 오판을 하게 되면 그런 투덜거림을 하는 직원들을

FIT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작은 거슬림 하나를 꼬투리 잡아 회사 밖으로 내보내고 싶어한다.


즉, 사람을 쉽게 뽑고 쉽게 내보내어 조직에 다양성을 없애고

본인의 입맛에 맞는 인재들로만 구성하게 되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런데 필자가 경험해 본 바로는,

이런 조직이 마냥 건강하지만은 않다.





일단 사람을 쉽게 내보내는 과정을 구성원 모두가 지켜보기에 남아 있는 사람도 불필요한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조직 전체의 다양성이 줄어듦으로 인해 '집단사고'의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즉, 다들 쓴소리나 반대 의견을 내지 못하고 어느 순간 CEO 한 사람만 바라보는 집단이 된다.


이 경우는 CEO의 능력에 좌우된다.

슈퍼맨 같은 CEO라면 조직이 잘 굴러갈 수도 있으나

CEO의 부재나 실수가 발생하면 와르르 무너질 가능성도

크다.


무엇보다 '동기부여'의 개념보다는 '카리스마 리더십'만이 강조되는 조직이기에 당장은 일사불란한 것처럼 보여도 쉽게 '반기'를 드는 세력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수준 높게 잘하는 방법은 느리고, 고되고,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CEO 입장에서는 느려보이고, HR입장에서는 고되고, 직원 입장에서는 잘 안 보임)


일의 순서는 대략 이렇다.


CEO의 리더십을 먼저 점검한다. CEO의 언사, 행동, 소통방식, 일하는 방식을 하나하나 조언해 주고 다듬는다.

직원들 눈에는 잘 안 보인다.


이와 동시에 CEO를 돕는 리더급 인원들을 모두 A급 인재로 바꿔나간다. A급의 기준은 '사업'과 '사람'에 대한 통찰력을 가진 인재들로서 때론 CEO의 의견에 반대할 줄도 아는 사람들이다.


물론 CEO와 멱살잡이 할 정도의 강성이면 팀워크상 곤란한 점은 있다.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면서도 CEO및 임원 원팀과 하나될 수 있는 자들로 모두 꾸려나간다. 직원들 눈에 잘 안 보이고 매우 오래 걸린다.


이와 동시에 '수시해고'가 아닌 '동기부여'를 고민한다.

Positive 방식으로 이해하면 수월하다. 잘하는 사람을 찾아내어 포상을 주고 묵묵히 헌신/팔로업 하는 사람을 격려해내는 것이다.


즉, '이 사람처럼 일하면 회사가 보답한다'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심어주는 것이다. Negative한 정책은 되도록 지양하고, 부정적인 직원은 수시해고의 방법보다는 '연봉동결'이나 평가 또는 동료들의 건전한 압박으로 자연스럽게 다른 길을 찾도록 열어준다.



이런 과정이 1사이클 돌다보면 어느 새 조직은 안정화가 되고 조직은 공포 보다는 '다양성'과 '재미있는 성과'가 가득한 조직으로 변해간다.



어떻게 보면 짧은 HR경험이지만 내가 해보고 경험해 본 수준높은 인사는 바로 후자다. 어떻게 보면 전자는 쉽다. 닥치는 대로 면담하고 피드백 주고 나가달라고 하면 되니까. 하지만 그 끝은 그리 장밋빛은 아니다.


전자의 방법은 추후 '채용의 어려움' 이라는 독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한국처럼 수시 해고가 어려운 나라에서 수시해고를 원하는 CEO들이 여럿 되는 것 같다.


내보내고 싶은 사람은 HR에 맡겨두고, CEO는 동기부여와 사업의 확장을 고민하는 것이 HR이 좀 더 수준높고 장기적인 인사를 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러 생각이 드는 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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