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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b Nov 30. 2024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너는 꿈이 뭐니?"

흔하게 그리고 생각보다 자주 찾아오는 질문입니다. 가볍게 물어오기도 하고 때론 진지하게 물어오기도 하죠. 하지만 여태까지 받은 횟수에 무색하게도 언제나 대답하기 참으로 곤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매 순간마다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는 있어왔죠.

 

고등학교 땐 대학에 무사히 입학하는 것

대학생 땐 무사히 회사에 취직하는 것

일상 속에선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싶다는 것이나 아니면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꿈이라고 한다면 뭔가 반짝반짝거리면서도 특별하고 나만의 것이어야 한다는 인상이 있는데, 저런 걸 꿈이라고 부르기엔 참 쉽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너무 세속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너무 이상적이고 크게 느껴져서 꿈이라 생각되지 않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사업을 통해서 세상을 더 이롭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어린 마음에 잠시 가졌던 적이 있는데요. 꿈처럼 보이긴 하지만 사실 정말 꿈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마음속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우연과 행운 그리고 시대의 흐름까지 겹쳐야 겨우 가능할까 말까 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시작도 전에 불가능하리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이죠. 이미 스스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 가득 찬 것이라면 그것을 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따라서 저에겐 너무 큰 이상을 담은 것도 꿈이라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스스로를 꿈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꿈이 없긴 해도 그저 열심히만 살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일단 살아갔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은 꿈이라는 것을 결승선으로 설정하고 열심히 그것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뭔가 결승선도 없고 트랙 표시도 없는 황무지를 죽어라 뛰고 있다는 감각을 없앨 수 없었습니다. 분명 남이 보기엔 그럭저럭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고 보이지만 내심 저는 계속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죠.


그 초조함에 괜히 억지로 목표도 만들어보고 그에 따른 실행 계획표도 만들어보고 동기부여 영상도 열심히 봤지만 오히려 초조함만 커지는 경험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엔 조금 다르게 접근해 보기로 했습니다. 일상 속에서 내가 바라는 것을 기억에 남겨두는 것이죠. 크게 접근하기보다는 작은 것부터 해보자는 의도였습니다.

그렇게 기억에 남은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하루는 무탈히 잘 지나가길 바라고

출근하는 동안엔 플레이리스트 속에서 지금과 딱 알맞은 음악이 나오길 바라고

일을 할 땐 나의 의도가 상사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라고

점심시간엔 좋아하는 메뉴가 나오길 바라더군요.


비록 그렇게 하나하나 기억에 남겨봐도 남들이 말하는 꿈은 발견할 수 없었지만 알고 보니 아주 작은 꿈들이 제 일상 속 곳곳에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게나마 계속 무언가를 바라면서 살아가고 그에 따라 가끔은 행복감을 느끼기도 했음을 알 수 있었던 것이죠.


따라서 누군가는 커다란 꿈 하나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겠지만 저 같은 사람은 부스러기 같은 작은 꿈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전히 초조함을 완전히 떨쳐버리진 못했지만 적어도 이젠 꿈이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진 않게 되었습니다. 그저 꿈이 일상 속에 조금씩 녹아있는 상태라고 여기게 된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무언가를 바라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간 정말 반짝거리고 나만의 것이라 할 수 있는 꿈을 얻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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