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간혹 쉬운 길을 찾습니다. 자신에게 닥친 상황이 이해되지 않거나 받아들이기 힘들면 어려운 것보다는 자신에게 편하고 쉬운 것을 선택하는 것이죠. 누군가 나를 힘들게 한다면 단순히 그 사람의 천성이 나쁘다고 말하고 욕하는 것,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향해 망설임 없이 "넌 틀렸어, 내가 맞아"라고 말하는 것 등등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대안으로 찾는 쉬운 길은 이외에도 여러 가지 것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흔히 사용되는 것은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잘 돼도 "내가 노력했기 때문이야"
누군가 잘 돼도 "걔가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이지"
내가 잘 되지 않아도 "내 노력이 부족했어"
누군가 잘 되지 않아도 "걔는 노력이 부족했어"
어떠한 성취나 실패의 원인을 노력으로 돌리는 것은 상당히 쉬운 일입니다. 딱 그 한마디로 요약되기 때문이죠. 게다가 노력이라고 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기에 한 사람으로 타깃이 좁혀져 더욱 쉬운 길이 됩니다.
하지만 그 쉬운 말들이 참으로 잔인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성공이나 실패는 그 사람에게 있어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엄청난 일입니다. 그 엄청난 일을 "노력"으로 일축한다면 한 사람에게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들을 전부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는 일이 되어버리죠.
그렇게 누군가의 성공 속에서 그를 도와줬던 적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은 그대로 가려지는 것이고
누군가의 실패 속에 녹아 있는 여러 요소는 지워진 채 오로지 한 사람의 부족함과 못남만이 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력"이라는 요소를 무언가의 지대한 원인으로 삼는 것은 무척 잔인한 일이 되는 것입니다.
노력은 그저 여러 요소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대신 노력보다는 "우연"이 훨씬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내가 만난 부모, 그 부모의 재력, 나의 성향, 내가 만나는 인간관계들 그리고 내 관심사 등등은 모두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어떤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겠지만 그것이 나에게 처음 다가왔던 순간을 떠올리면 그곳엔 "우연"이 숨겨져 있죠.
내가 우연히 만난 것들이 계속 겹쳐지고 엮이고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어떠한 일들이 발생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성공이 되기도 하고 실패가 되기도 하죠. 하지만 그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기준마저도 결국 타인에 의한 것이고 그 순간에 의한 것이기에 시간이 흐르면 결국 또 다른 우연들에 묻혀 그저 어떤 사건으로만 남게 됩니다.
결국 노력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다기보다는 여러 우연한 일들과 나의 순간적인 선택들이 모여 나를 만든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의 좌절에 대해서 자신에게만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될 수 있겠지만 다른 것에도 눈을 돌릴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지금의 나로 이끌고 계속해서 변화시켜 왔던 것처럼 앞으로 만나게 될 너무나 많은 것들이 또다시 내가 모르는 어딘가로 분명히 데려다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노력"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한 부분이긴 할 것이지만...
너무 그것에 빠져 자신을 다치게 하는 것보다는 다른 것을 생각해 보고 바라볼 수 있는 조금의 여유가 지금보다 더 많은 가능성들을 열어줄 것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