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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b Dec 27. 2024

우리들의 아름다움은 틈에서 시작한다.

날이 추워지고 조금씩 낮의 길이가 줄어드는가 싶더니 어느새 겨울과 눈이 찾아오고 2024년의 마지막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번 연도는 여러분들께 어떤 해였나요? 어떤 시간이었든 부디 슬프고 괴로운 일보다는 즐거운 시간이 조금은 더 기억에 남는 2024년이었기를 바라겠습니다. 


아무래도 연말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올해 초에 세운 여러 계획들과 목표들을 점검해보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중에는 마침내 이루게 된 목표들이 있을 것이고 혹은 끝내 이루지 못한 것들도 있겠죠. 물론 저에게도 그러한 것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거의 유일하다시피 달성한 목표가 한 가지 있는데요. 그것은 2024년 안에 일렉 기타 레슨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항상 독학만 하다가 처음으로 정식 레슨을 받게 되었는데요. 따라서 첫 한 달은 일렉 기타에 대한 여러 이론적인 수업을 받았습니다. 수업 내용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소리'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일렉 기타 특유의 즁즁 거리는 소리에 대한 내용이었는데요. 저희가 밴드 음악에서 듣는 대부분의 일렉 기타 소리는 'Gain'이 추가된 소리입니다. Gain 소리(Overdrive 혹은 Distortion 톤 등)란 쉽게 설명드리자면 소리가 찌그러지면서 생기는 톤을 말합니다. (저도 깊게 알아보고자 했지만... 잘 이해가 되지 않고 글로 설명하기에도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만 설명하겠습니다.)


결국 우리들이 듣는 음악 속의 일렉 기타 사운드들은 본래의 소리에서 일그러짐이 더해진 사운드이고 그것이 좋은 사운드로 들리는 것이죠. 물론 일그러짐이 덜한 이른바 Clean 톤도 훌륭하지만 어떤 찌그러짐이 있을 때, 비로소 일렉 기타의 아이코닉한 사운드가 나온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이런 수업 내용을 들으며 의외로 '일그러짐', 즉 불완전함이 

무척 많은 곳에 관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들이 접하는 드라마, 영화, 소설, 만화 등에서 생기는 여러 사건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전한 개연성보다는 사람이 가지는 불완전함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외성이 생겨날 때 그리고 갑작스러운 심경의 변화나 순간적인 생각에 기인하는 이야기들이 무척 많죠.


모든 등장인물들이 심적이나 신체적으로 완전하여 원인에 딱 맞는 결과만이 개연성 있게 나타난다면 그것은 무척 재미없는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완전함을 꿈꾸기도 하고 또한 완전하다고 느껴지지만 그 안에 약간이라도 '틈'이 존재해야 이야기가 성립됩니다.


그리고 많은 독자들 혹은 시청자들은 그렇게 탄생한 이야기를 향해 찬사를 보내죠.


어쩌면 이것은 단순히 이야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지 모릅니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만이 '틈'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 사람들에게도 수많은 '틈'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굳게 마음을 먹더라도

손쉽게 게으름이나 피곤 등이 침투하고

아무리 사람을 내치려고 해도

'정'을 무시하긴 참으로 쉽지 않죠.


때론 그러한 '틈'들이 자괴감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가끔 뒤통수가 얼얼해질 만큼 타격을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가능성들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틈'에서 시작된 예기치 못한 상황 때문에 다른 일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는 기회 등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신년 목표들도 그렇습니다. 2024년 초에 세웠던 목표들.... 사실 그것들을 모두 달성하신 분은 흔치 않겠죠. 하지만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목표들에서 벗어나면서 생긴 여러 일들도 있을 것이고 새롭게 보게 된 것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각종 예술에서 그러한 '틈'이 특유의 아름다움을 만들 듯 어쩌면 지나가버린 2024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지나가버린 한 해를 돌아보며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모르고 지나쳐버린 아름다움을 찾아보는 것이 더 이롭지 않을까요.


그러다 보면 분명 

바람 속에서 느낀 아쉬움을 넘어 

꽃과 함께 할 앞으로의 설렘이 나타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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