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목소리를 갖고 싶다면

#인물화 #드로잉 #차오른선

by 세바시랜드


차오른선.jpg 그림 그리는 디자이너 차오른선 티처
저는 그림 그리는 작가이지만 여전히 디자이너이기도 해요. 두 개의 타이틀이 전혀 다른 것 같고 기술적인 차이도 있지만, 알고 보면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생각한 그림을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그리는 것인지의 차이일 뿐이니까요. 디자인은 여러 스케치를 통해 구체화되고 그림도 디자인을 통해 완성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림과 디자인은 떼어놓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Q. '차오른선' 이름의 뜻이 궁금해요

‘차오른다’는 감정 따위가 마음속에서 점점 커진다는 의미잖아요,

그런 느낌이 제가 그리는 선에서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차오른선'으로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Q. 그림은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저는 낙서를 하는 게 재미있어서 그림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림을 잘 그려서 시작했다기보다는 그냥 그림 그리는 과정 자체에 흥미가 있었어요.

‘너 재능 있으니 그림 한번 그려봐!'라는 말을 들어서 미술을 전공으로 시작하게 되는 경우도 아니었어요.

그렇게 혼자 그림을 그리다가 자연스럽게 미대에 갔고, 디자이너와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그림 가르쳐주는 일을 시작하셨나요?

미대를 졸업하고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저의 작업이 상업적인 브랜드를 표현하는 수단으로만 기능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어요. 여러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낼 크고 멋진 작업을 하는 것은 좋았지만, 반대로 그런 작업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 저의 작업에서 제 이름을 볼 수 없고 쓸 수도 없다는 것이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조금 슬프게 다가오더라고요. 마치 제 이름이 없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 그림을 시작할 때는 내 그림의 주인은 당연히 나였고 나일 수밖에 없었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내가 원해서 그리는 그림은 그렇지 않잖아요.
나의 취향과 감성들이 묻어있고 진정으로 내 이름을 붙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퇴사 후 한동안 그림에 집중했었고 여러 기회를 통해 저에게 배우고 싶은 분들이 서서히 늘어나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에 많은 시간을 쏟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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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가님의 그림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깔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연한 회색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저는 라이브 방송을 자주 하는데요, 그림 그리면서 편하게 이야기하다 보면

쓱삭쓱삭하는 연필 소리와 제 목소리가 asmr 같아서 스르륵 잠이 들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 편입니다.


Q. '그림도 목소리처럼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가 말을 할 때 다른 사람과 목소리가 다른게 당연하잖아요?

목소리가 좋은 사람만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요.


저는 그림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림은 잘 그리는 사람만 그리는 거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그림이라는 것이 대단한 명작을 그리고 아주 멋들어진 결과만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아니에요.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말을 하는 것 처럼

그림도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조금은 더 쉽게 그림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단한 연설을 하는 상황에서만 말을 하는 것이 아닌 것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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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림을 그리며 내 삶에 생긴 변화가 있다면?

우선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즐겁습니다.

좋아하는 장소에 가서 그 풍경을 그림으로 남기거나 원하는 사람을 그리기도 하고, 내가 생각하는 것을 종이로 바로 담아낼 수 있잖아요. 그 과정에서 집중을 하게 되는데 온전히 그림에만 집중하는 그 순간이 아주 즐겁습니다.


게다가 어떤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서 그 그림이 제게 특별해지거든요.

삶에서 그런 즐거운 순간들이 많아진 게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하루 중 언제 그림을 그리세요?

원래는 아주 늦은 새벽에 조용히 혼자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요,

요즘은 라이브로 방송을 하면서 그리다 보니 늦은 저녁쯤에 그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여러분의 이야기를 보고 대화하면서 그리는 게 훨씬 재미있기도 하고요.

드라마 촬영에 사용되는 그림이나, 북 커버 일러스트를 그린다거나 하는 등의 스케줄이 정해져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도 저녁에 그리는 편이에요.


Q. 그림 그리는 과정 중에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멋지게 그림을 완성했을 때의 기분도 좋지만, 저는 전체적인 외곽라인이 잡혀나갈 때 제일 기분이 좋습니다.

어떻게 그림이 그려질지 예상이 어렵고 가능성이 열려있을 때가 좋은 것 같아요.


Q.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시간은?

요즘은 대면으로 수업이 어렵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이 상대적으로 많아졌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림에 대한 질문을 온라인으로 많이 받아보는데요.

한 분 한 분 교정을 해드리면서 처음부터 완강까지 늘어가는 그림을 볼 때

제 그림이 잘 그려진 것보다 몇 배는 더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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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림을 그리고 싶은 얼굴이 있나요?

인물을 그려보신 분이라면 아실 텐데 그리고 싶어지는 얼굴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 얼굴에 개성이 뚜렷한 인물을 그리는 것을 선호합니다.

인상을 그려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인상이 조금 달라져도 그 다름이 더 멋지기도 하거든요.


Q. 좋아하는 피사체를 발견했을 때 어떤 스타일로 표현하는 것을 선호하시나요?

그리고 싶은 대상을 찾았을 때는 표현기법보다 먼저 대상이 어떤 분위기가 느낌을 풍기는지를 파악하는 편이에요. 인물에 따라 연필에 착 달라붙는 표현이 있기도 하고, 때로는 수채화의 감성적인 느낌에 절묘히 맞는 대상이 있기도 하고, 여러 재료를 혼합하기 쉬운 디지털 드로잉이 맞을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러 가지 표현기법과 표현 도구들이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필로 그릴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Q. 그림에 재능이 없는 사람이 그림을 시작하고 싶을 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는 기본기를 익히는 게 중요하죠?

그림의 경우는 선을 먼저 연습하는 것이 좋고요, 선을 잘 쓰게 된 뒤에 형태를 연습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글씨를 쓸 때도 빠르게 대충 써버리면 악필이 되듯이 그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주세요.

가다듬어진 선을 쓸 수 있도록 직선부터 연습하는 것이 나중에 어떤 그림을 그리더라도 도움이 될 거예요.


Q. 수업을 망설이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금까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해서 대략 3-4천 명을 만나고 가르쳐왔는데요.

그림을 배우려는 분들이 제일 많이 하시는 질문이, ‘재능이 없는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요?’ 더라고요.

그림을 배울 때 기본적으로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계신 거죠.

저는 이게 어쩌면 목표 지향적인 환경에서 자라온 우리의 특성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림에 재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결과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교육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요. 틀려도 괜찮아요. 그림을 달성해야 하는 목표로 삼지 말고 그리는 과정 자체를 즐겨보세요.



► 세바시랜드에서 차오른선 티처의 수업듣기




차오른선 이력

크림슨필드 스튜디오 대표 작가
홍익대학교 디자인과 졸업
2016-2018 모션그래픽 디자인 팀장
2013-2015 SBS 방송국 디자이너

2011-2013 그래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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