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세대차이 #90년생 #2000년생 #리더십 #조직문화
Q. 구독자 63만명의 그림 유튜버로 널리 알려져 있으시잖아요. 최근에 개인전도 성공적으로 여셨고요.
이연 작가님의 인생에서 그림 외에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관심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10대 때까지는 그림을 가장 좋아했고, 그보다 재미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대학을 가고 서울에 살면서 세상에 그림 말고도 재밌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죠. 20대 때는 좋아하는 것의 우선순위가 매년 바뀌는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글쓰기, 디자인, 음악 페스티벌, 독립 영화, 수영 등등... 올해는 자전거에 푹 빠져있었고요.
Q. 작가님의 유튜브를 보면 그림을 그리면서 계속 이야기 하시면서 독자와의 소통을 시도하시는 것 같아요.
소통은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누구든 삶에서 외로운 순간들이 자주 있을 거예요. 그럴 때 들을 만한 목소리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 게 생각보다 잘 없거든요. 그냥 담담하게 '나도 그랬었어'하는 말들 하나면 충분한데 말이에요. 그런 이야기를 찾는 사람에게 말하는 상상을 하며 영상을 만들게 됐어요. 그런 순간에 제가 원하는 소통이 이루어지더라고요. 우리가 같은 마음이었구나, 하는 지점을 발견하는 일 말이에요.
Q. 타인과 소통을 잘 하기 위해서 내 안의 것들을 쌓아가는 방법과 타인을 이해하는 것, 두 가지가 필요할 것 같아요.
우선 타인보다도 저를 더 이해하려고 해요. 저를 들여다보면 나도 남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사람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이 다르지만 사실 크게 다르지도 않더라고요. 그런 큰 지점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얘기가 대부분 잘 통하는 것 같아요. 근데 너무 큰 얘기를 하면 지루하고 재미가 없으니까요, 적당히 저만 해당되는 이야기와 큰 이야기를 섞어서 하고 있어요. 그러면 서로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흥미로운 지점이 살아있는 말하기를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Q. 작가님의 채널에서는 작가님의 생각을 들려주시고,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 오셨는지의 방법에 대해 공유해 주시고 계시는데요.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게 필요할까요?
그림을 그리며 사물을 바라볼 때 그게 무엇인지 까먹어야 하는 순간이 있어요. 저건 석고야, 나무야, 플라스틱이야, 하고 알고 있으면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편견을 갖고 대상을 바라보게 되거든요. 내가 몰랐던 변수가 있을 수 있는데 그걸 쉽게 지우게 돼요. 그런 해석의 오류가 일어나면서 많은 부분을 놓치게 되더라고요. 오히려 '나는 저것을 모른다. 하나의 정물일 뿐이다.' 라고 생각하면 그때 진짜 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이 열리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리 해도 그런 일은 어렵기에 근접할 수는 있지만 성공할 수는 없죠. 세상에 진정한 이해는 없고, 이해에 가까운 것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Q. 세바시랜드에 공개하신 <90년생과 일 잘하는 방법>도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이 이 수업을 들으면 좋을까요?
다들 90년생을 이해하고 싶어서 콘텐츠나 책을 참고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콘텐츠나 책을 생산하는 사람이 90년생이 아닐 때가 대부분이더라고요. 다들 그 콘텐츠를 보고 '90년생이라서 이래.'하면서 이들을 잘 아는 척을 해요. 플라스틱 육면체를 보면서 '내가 플라스틱 하나는 제대로 알지'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플라스틱의 입장을 들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이 수업을 만들었어요. 90년생이 좀처럼 회사에서 자기 얘기를 안 하기로 유명하잖아요. 왜 그렇게 됐는지 알게 되면 그냥 무심하거나 정이 없어서 그렇게 된 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을 거예요.
Q. 만약 내가 일하는 사람이 80년대 생이나 2000년대 생이어도 이 강의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 강의가 80년생이나 2000년생을 설명하진 않아도,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라는 건 세대를 막론하고 동일해요. 사실 우리가 누군가를 이해하는데 설명이 필요할까요? 저는 그보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고 애쓰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아요.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너를 영영 이해할 수 없다'를 기억하는 것이고요. 정말 어렵기는 해요.
Q. 90년생들과 일을 잘 하게 되는 것이 내게 어떤 유익이 있을까요?
90년생 뿐만 아니라 세대를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러면 누구를 만나도 소통에 대한 두려움이 적어지죠. 제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연령층은 13세부터 65세 이상까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어요. 성비도 4:6으로 거의 동일한 비율이고요. 어떤 이야기는 세대와 젠더를 넘어 다양한 사람에게 공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그러면 더이상 '이 사람이 나보다 어리기 때문에 내 이야기를 들으며 꼰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하고 걱정하는 일이나 '이 사람은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기 때문에 요즘 사람들 이야기는 공감하지 못할 거야.'하고 돌아서는 일이 줄어들어요. 그런 걱정만 덜어내도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대화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는 일에 가까워 질 수 있겠죠.
90년생과 일을 잘하게 되면 좋은 게 정말 많아요. 저도 현재 소속된 다이아TV에서 저보다 어린 90년생과 일을 할 때가 많은데 저는 그분들과 굉장히 친근하게 소통하며 일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알잘딱깔센'이라는 말처럼 뛰어난 업무 퍼포먼스를 보여주더라고요. 이는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의 줄임말이에요. 사실 90년생 대부분이 '알잘딱깔센'인데 회사에서 굳이 그렇게 잘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 면모를 숨기는 경우가 많아요. 그걸 끌어낼 수 있다면 이만한 유익이 있을까요?
Q. 세바시랜드에 공개하신 <90년생과 일 잘하는 방법>은 작가님이 90년 생의 입장에서, 윗 사람들과 일하기 어려웠던 점에 대해 이야기한 강의인데요. 작가님은 어린 세대들과의 소통이 어떠신가요?
라이브를 하면서 10대 구독자분들에게 물어본 적도 있어요. 저 이모같지 않냐(?), 저의 이야기를 왜 공감해주시냐, 등등. 그니까 마음을 터놓고 싶은 언니같아서 그렇다고 얘기해주더라고요. 멋진 칭찬이었죠. 마음을 터놓고 싶은 누군가가 된다면 나이가 무슨 상관일까 싶어요. 저보다 어려도, 이를테면 7살짜리 조카여도 우리 사이에 할 만한 이야기가 많이 있더라고요. 저보다 어린 사람과 일하기 힘든 적은 아직까지 한번도 없었어요. 간혹 미숙한 일들이 있어도 그건 과거의 저랑 거의 비슷한 실수여서 오히려 공감이 됐어요. 오히려 저때 나는 저만큼 못했는데, 하는 감탄을 자주 해요.
Q. <90년생과 일 잘하는 방법> 코스 에서 어떤 것들을 이야기해 주실 건가요?
제 친구들이 종종 자긴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함께 한 세대라고 말하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예요. 저는 7살 때부터 컴퓨터를 만졌어요. 놀이터가 아니라 화면 속 사냥터에서 놀았고요. 92년생만 해도 이렇게 디지털에 익숙한데, 그런 세대라는 생각을 다들 못 하더라고요. 살면서 삐삐를 본 적도 없어요. 극도로 효율적인 도구인 컴퓨터의 사용이 어릴 때부터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고효율을 추구해요. 경쟁도 치열했고요. 그래서 퇴근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며 칼퇴하는 것이 무심해 보이지만 사실 우리에겐 당연한 거죠. 시급을 따져보면 정시 퇴근만한 고효율이 있을까요. 이기적이거나 눈치가 없어서, 라고 치부하며 들여다보지 않았던 90년생의 성장배경에 대해서 말하려고 해요. 분명 재미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