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를 생각하며

2017년의 크리스마스, 우리는 행복한가요?

by 낭만밖엔 몰라

"비상구가 열린 사회?.." "도대체 이런 생각 한 번이라도 하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제발 지진과 화재사고를 생각한다면 '비상구'라는 의미를 생각할 기회를 주니까.. 오너 지네들 비상구만 먼저 챙기지 우리같이 근면성실에 목메는 사람은 비상구가 없어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 영광의 흉터뿐인 퇴임자 명단에 올랐다고, 종국엔 이것이 자존감을 죽이는 우리의 자화상이라고 씁쓸한 블랙유머를 던지는 옛 동료의 전화 목소리가 연말 워라밸(Work-Life Balance) 멋진 미래를 구상하던 내가 지나치게 사치스럽고 낭만적이란 생각이 들게끔 한다.


이 무슨 아이러닉 시추에이션 (Irnonic Situation : 모순적 상황)인가? 상생의 워라벨이 낭만적이라니?..


자유 민주주의를 헌법으로 채택하였지만 민주화를 담보하고 산업화의 스피드 경쟁 (유식한 말로 경제성장) 세계기록을 보유한 나라, 한강의 기적으로 멋지게 가난에서 탈출한 역전의 명수 아 우리 대한민국!.. 노래 가사의 '원하는 것은 뭐든지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뭐든지 될 수가 있어.. 은혜로운 이 땅을 위해 이 강산을 노래 부르네..'라고 합창하던 나라, 지난해 한강의 기적을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를 추진하던 대한민국에 비상구가 열리지 않는다. 우울증, 자살률 1위, 교통 재해율 세계기록도 함께 보유한 나라 대한민국.. 그 1위의 오명들도 1인당 GDP 3만불 진입 신호 한 방으로 무겁지 않게 묵인해도 되는 나라, 경제성장 신기록의 어두움을 논하기엔 경제성장을 너무 잘 한 나라 대한민국!



2017년의 종착역 48여 시간을 앞두고, 비상구를 밀폐한 죄 (피의자들은 실수라고 말하겠지만)로, 눈뜨고 생명을 강탈당한 분들이 과연 굳게 닫힌 비상구 앞에서 은혜로운 이 땅이라는 흔적을 조금이라도 발견하셨을까?..


비상시에 비상탈출 프로세스가 온전히 작동하는 건물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될까? 퇴직이 얼마 안 남았으니 같이 천천히 퇴직 준비를 해보자고 함께 고민하는 조직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될까? 같은 돈벌이를 하더라도 화재가 났을 때, 직원이 조직을 떠나야 할 시점에 남은 생의 시간을 덜 불행하도록 준비와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비상구 앞에서 희망을 제공하는 리더십이 아닌가? 지도자가 절망의 끝에서도 동아줄을 제공하는 사회 그런 사회야말로 뭐든지 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닌가?


조직의 지도자로서 연말의 우울한 사고와 해고 소식을 들으며 나를 뒤돌아 본다. 리더십은 절망과 비상의 시점에 드라마틱하게 발현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경영자로서 워라벨을 논하기 전에 내 주변의 삶과 희망의 비상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앞으로 남은 2017년의 48시간 동안 나를 돌아보는 거을을 들여다보는 시간 (Time of Mirror)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윤동주의 서시를 암송할 것이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아프게) 스치운다.


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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