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귀찮다는 이유로 할 일을 계속 미루면
삶 자체가 허무해지고 의미가 없어질 때가 종종 있다.
설거지가 수두룩 쌓이고, 빨래를 해놓지 않아서 어제 쓴 젖은 수건으로 대충 머리를 말릴 때
장을 봐두지 않아 유통기한이 조금 지난 우유와 과자 몇개를 섞어 먹을 때
서울에서의 생활과 다르게 여기서 내 부모는 없다.
여기선 대부분이 이렇게 산다.
타지에서 공부를 하며 살아가고, 일을 갖게되고 꿈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생각보다 너무도 귀찮은, 서브 퀘스트 같은 일들이 매일 쏟아진다.
아침에 이불을 정리해야하는 것과
창문을 열어 자주 환기시켜줘야하는 것
싱크대에 때를 벗겨야하는 일들과
밥을 해서 먹는 것, 또 먹고 나면 정리해야 하는 것들
과제나 시험같은 중급 퀘스트 말고도
생각보다 엄청 귀찮은 일이 내 머리 위로 쏟아진다.
이 귀찮고 답답한 일들을 미루면 편안해지는 것만 같지만 꼭 그렇진 않다.
오히려 삶은 무의미한 쪽으로 흘러갈지도 모른다.
왜냐면 귀찮은 일은 생산적인,즉 능동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이것을 해낸다는 것은 삶이 작은 단위에서 부터 조금씩 밀도 있어진다고 할 수 있는것
깨끗하게 정리된 책상에서 하는 공부는 집중력을 선물하고
샤워를 하고 바디로션을 바르며 비타민 몇 개를 입에 털어넣으면 그 날은 뭔가 힘이 쏟아진다.
의미없어 보이고 불필요해 하는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것으로 하여금 더 풍요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