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항

떠나간 막배가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

by 변미용

목포항-김선우

돌아가야 할 때가 있다

막배 떠난 항구의 스산함 때문이 아니라

대기실에 쪼그려 앉은 노파의 복숭아 때문에

짓무르고 다친것들이 안쓰러워

애써 빛깔 좋은 과육을 고르다가

내 몸속의 상처 덧날 때가 있다

먼곳을 돌아온 열매여

보이는 상처만 상처가 아니어서

아직 푸른 생애의 안뜰 이토록 비릿한가

손가락을 더듬어 심장을 찾는다

가끔씩 검불처럼 떨어지는 살비늘

고동소리 들렸던가, 사랑했던가

가슴팍에 수십 개 바늘을 꽂고도

상처가 상처인 줄 모르는 제웅처럼

피 한방울 후련하게 흘려보지 못하고

휘적휘적 가고 또 오는 목포항

아무도 사랑하지 못해 아프기보다는

열렬히 사랑하다 버림받기를

떠나간 막배가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

<동아일보 현대시 100년 위안의 시>

운전을 하고 돌아오는 길가의 풍경은 특별한 의미를 주지 못하고 그저 한 순간에 스쳐 지날 때가 많다.

그러나 때론 아무것도 아닌 장면에서 가슴속을 뭉클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느낄 때도 있다.

며칠 전 원주의 한 귀퉁이를 지날 때, 등에 생수통을 무겁게 엮어 짊어지고 가는 할아버지를 보았을 때도, 무언가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묘한 슬픔을 느꼈다. 왜 하필이면 약수물을 담는 들통이 아니라 들기도 애매한 생수통을 무겁게 메고 가는 것일까? 좋은 물을 마시려는 것일까, 아님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일까?

그 할아버지를 보면서, 예전의 우리 할아버지, 혹은 나이가 들어가시는 우리 아버지의 슬픈 어느 한 부분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 시는 내게 그 때의 아린 느낌과 함께, 내 삶의 한 부분을 들여다보게 하는 시였다.

예전에 읽은 한 평론집에서 '감성이 풍부한 사람은 상처받게 마련이다.'라는 글을 읽으며 공감한 적이 있는데, 이 시의 작자에게서 나와 비슷한 동질감같은 것마저 느껴졌다.

사람들은 상처가 상처인 줄 모르고 살 때가 있다. 그것을 불현듯 깨닫게 되는 날, 목포항에 가서 놓친 막배를 기다리며 다른 이의 삶들도 한 번쯤 살펴보고 싶지 않을까?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한 곳, 목포의 항구를 가보고 싶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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