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유

김미경의 [인생미답]을 읽고 생각해본다.

by 변미용

환절기가 되면서 몸이 갑작스레 안좋아졌다.

어제는 오전부터 안좋은 몸상태로 견디다가 퇴근 하고 얼마 뒤 갈근탕을 데워먹고는 8시도 전부터 잠자리에 들었다. 불편한 몸을 이리 눕히고 저리 눕히고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건강한 몸이라 자부했던 내 상태가 약해진다고 느낀 것은 올 초부터이다.

전에 없이 얼굴에 무언가가 나서 피부과를 찾았더니 '면역력 약화'라는 진단이 나왔고,

최근에 새로운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더니 '면역력 약화'...

내가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켜내지 못할만큼 약해졌구나...라는 생각에 서글펐다.

몸에 좋다는 홍삼을 먹고, 일주일에 3-4번 정도는 저녁식사후에 1시간여씩을 빠른 걸음으로 걷고...나름 건강을 위해 노력해보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듯하다.

그럼 어찌해야 할까? 무엇이 더 필요할까?

몸도 마음도 머리도...심각해지지 않기 위해서 [인생미답]을 읽었다.

유명 강사로 이름이 알려진 김미경 저자가 50이 넘어선 나이에 자신이 느낀 것, 깨달은 것을 솔직하게 적어놓은 책이 바로 [인생미답]이다.

'나를 끝까지 사랑하는 답'이 '인생미답'이라고 저자인 김미경 강사는 말한다.

왜 살다보면 여러가지 일들이 있잖아요. 이런 것도 우리가 통증을 넘어설 정도로 참으면서 극복을 한 단 말이죠. 마음의 통증이건, 사랑의 통증이건, 일에서 오는 통증이건, 그러다 보면 급격히 손상이 올 수 있잖아요. 인간관계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몸은 말할 것도 없고요. 살다보면 죽을 힘을 다해 극복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만나게 되죠. 여러분은 어떤 극복 방법을 사용했나요? 무조건 참고 이를 악물고 참 아내다가 죽을만큼 아파 본 적 있으시죠? 그것이 육체의 통증이건 마음의 통증이건, 극심한 통증을 이겨내서 그걸 넘어서는 방법도 있지만, 어찌 보면 우리에게 가장 좋은 극복의 방법은 기다리는 거 아닐까요?

기다림이라...

어떤 형태의 기다림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 걸까?

책을 편안하게 읽다보니 자연스레 내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심각하게는 아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심각'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늘 '심각'하던 독자들에게 유연한 생각과 자세를 가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는 내가 얼마나 능력 있는 사람인가를 입증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그걸 입증할 게 아니라 뭔가 맑고 착해지는 일, 그것이야말로 나이든 몸에 어울리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는 그걸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할 것 같아요. 나이든 내 몸에 가장 어울리는 일, 그걸 하다가야지. 오드리햅번처럼~ 오늘은 그런 생각을 해봤네요.

나이든 내 몸에 가장 어울리는 일...무얼까...

책장을 덮으면서 마음이 담담했다.

삶이라는 거, 인생이라는 거...참으로 치열하게 살고 싶어 직진하다가도 어느 한 순간에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뿌연 안개 구역에 들어서서 비상등을 켜야 할 때가 있지 않은가.

인생에는 답이 없다.

그저 나를 믿고 사랑하며 나아가는 거지...

책을 읽고 나니 최영미 시인의 '사는 이유'가 떠올랐다. 오늘의 마무리는 최영미 시인의 시로...

사는 이유 -최영미

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
시가 그렇고
술이 그렇고
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
어제 만난 그의 지친 얼굴이
안부없는 사랑이 그렇고
지하철을 접수한 여중생들의 깔깔웃음이
생각나면 구길 수 있는 흰 종이가
창 밖의 비가 그렇고
빗소리를 죽이는 강아지의 컹컹거림이
매일 되풀이되는 어머니의 넋두리가 그렇다

누군가와 싸울 때마다 난 투명해진다
치열하게
비어가며
투명해진다
아직 건재하다는 증명
아직 진통할 수 있다는 증명
아직 살아 있다는 무엇

투명한 것끼리 투명하게 싸운 날은
아무리 마셔도 술이
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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