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의 포구 기행
어디로 떠나볼까
어디론가 가고싶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상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것인지, 아니면 여행을 통해 또다른 생의 돌파구를 찾으려함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여행이 요즈음 관심사가 된 것은 분명하다.
이것저것 국내 여행부터 스페인, 크로아티아, 라오스, 모로코 등의 여행지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여기저기 눈을 돌려보았다.
그러던중 책꽂이에서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구년전쯤, 내인생이 휘몰아치는 태풍의 한가운데라 힘겨울때 구입해 읽었던 책이었다.
바로 '곽재구의 포구 기행'이다.
'포구'라는 말은 어딘지 모르게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단어이다.
향기가 아니라 냄새라야 맞다. 진한 갯내가 물씬 풍기는 진한 삶의 정취.
끈적하고 미끌거리는 갯벌처럼 나를 통째로 빨아들일 것 같은 포구속으로의 여행...
괜스리 책의 첫장을 넘기면서, 여행자가 차표를 만지작거리듯 설레이는 기분이 들었었다. 그렇게 곽재구 시인과 함께 하는 포구 기행을 시작했었다.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를 접했을 때처럼 가슴 찡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궁금했다.
다시금 이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되살펴보니, 포구보다는 곽재구 시인의 구구절절 가슴에 와닿는 기록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기록들 몇몇을 여기에 옮겨보려 한다.
화진 가는 길-나는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들 삶의 골목골목에 예정도 없이 찾아오는 외로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선유도 기행-불빛이 내게 말했다. 조금 외로운 것은 충분히 자유롭기 때문이야. 나는 불빛을 보며 씩 웃었다.
향일암에서 나무새의 꿈을 만나다-그러나 소금 내음 속으로 물살 선선하게 번져가는 그 마을의 이름이 '여수'라면, 당신 한 눈에 그 마을을 사랑하지 않겠는가. 그 바닷가에 신발 두 쪽을 벗어두고 눈빛 맑은 그곳의 한 처자와 남은 세월을 아득바득 살아봄직하지 않겠는가.
수문포 가는 길-"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물안개처럼/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아주 쉽게 부서지더라."-류시화
신비한 하늘의 아침, 조천-파도소리가 싱싱합니다. 지나간 시간들, 따뜻했으나 쓰라린 숨결들, 그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울지 마세요. 새로운 시간들은 늘 우리 앞에 펼쳐지는 법이니까요. 조천, 신비한 하늘의 아침처럼 말이지요. 당신, 내 앞에 내 옆에,내 뒤에 무수히 서 있는 허물 많고 그리움 참 많은 당신, 힘내세요. 저기 새로운 시간들의 파도소리가 들리지 않으세요?
떠나고 싶다.
새로운 시간들의 파도소리를 들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