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버리고 떠나라 하네
모처럼 날씨가 화창했다.
며칠전 내린 폭설의 흔적이 산마다 하얗게 겨울의 미련을 남기긴 했어도, 봄이 오는 건 막을 수 없는가보다.
날씨가 따스해지니 마음도 조금 말랑해지는지 시가 읽고 싶어졌다.
화인(花印)-이서린
진달래였던가
멍울 진 꽃잎이 산을 내려왔던가
돌아보면 마른 가지 언저리
먼지만 풀썩이던 비탈길에서
언제 저리 붉어졌는가
보이는 건 모두
저 꽃이다
질끈 감은 눈 속에서도
환장할 계절
내 안에 꼭 박힌
네가 죄라면
기꺼이,
'질끈 감은 눈 속에서도/환장할 계절/내 안에 꼭 박힌/네가 죄라면/기꺼이,'
멋진 표현이다.
시처럼, 사방이 꽃으로 뒤덮여 보기만해도 마음이 '환장할 계절'이 왔다. 그 아름다움 속에 '사랑'을 떠올리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기꺼이' 추억을 소환하리라.ㅎ
학부시절, 재학 중인 국어국문학과- 줄여서 '국문과'는 졸업해서 '굶는과'라는 말을 농삼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문학이, 문학하는 사람이 대접받지 못하는 세상을 반영한 것일게다.
[사랑을 버리고 떠나라하네]는 '문학관, 도서관에 문학작가 파견 사업'의 결과로 묶여진 작품집이라고 한다.
이 시집을 보는 순간, 문학을 위해 애쓰는 관계자들의 모습이 반가운 반면, 여전히 문학이 천대받는 세상이구나 싶어서 입안이 씁쓸해짐을 느꼈다.
멋진 풍경을 보면 저절로 마음이 일렁이며 감탄사가 나오듯이
멋진 시를 느끼며 감탄할 수 있다는 건, 자신에게 주어진 감성의 폭이 세상을 향해 좀더 풍성하게 열린다는 것 아닐까.
각종 미디어에 매료당한 사람들은 '시'를 그저 연애편지쓸 때 인용하는 도구쯤으로만 여기는 것은 아닐런지.
나는 가끔 오프라인 서점엘 가고, 가끔 시집을 산다.
그리고, 내가 놓치며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그들의 표현에 밑줄을 긋는다.
삶을 바라보는 그들의 그윽하고 냉철한 표현들을 통해
통념에 흡수되어 가고 있는 나를 깨우고 싶음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