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서재

믿고 보는 작가, 정유정

'진이, 지니'

by 변미용

어릴적부터 잊혀질만 하면 가끔씩 꾸는 꿈이 있다.

기차에 대한 꿈이다.

내릴 곳이 어딘지 몰라 불안하거나

내가 내려야할 곳에 기차가 서지 않고 지나가거나

기차에서 나는 좌석에 앉은 적이 한번도 없이 늘 바깥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풍경은 낯설었고, 늘 혼자였다.


낯선 풍경을 반복적으로 꿈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또, 그것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진이, 지니'에서 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진이, 지니'


위의 책은 모두 작가 정유정의 작품이다.

그 중 7권을 읽었고, 1권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는 아직 읽지 못했다.

그만큼 나는 정유정의 애독자이다.


오랜만에 신간 '진이, 지니'가 발간되었다는 말을 듣고는 궁금해하던차, 내가 정유정 광팬임을 아는 지인이 선물로 보내주어 읽게되었다.


'진이, 지니'는 선한 본성을 가진 두 명의 주인공 이진이와 김민주의 트라우마와 연관된 이야기를 풀어간다.

'시간의 어떤 순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버트런드 러셀'

이 한 줄의 문장으로 정유정은

오래전 어머니에게 닥쳐온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어떤 순간'의 사흘을 떠올렸다.

미동도 없이 심장만 뛰며 누워있던 어머니의 세번의 낮과 밤 동안,

어머니의 영혼은 어디에 가 있었을까?

그 궁금증에서 출발해 '생의 가장 치열했던 사흘에 대한 이야기'가 집필되었다.


주인공은 둘, 아니 셋이다.

유인원 사육사인 다정한 그녀, 이진이.

그리고 그녀와 몸을 나눠(?)쓰게된 보노보 지니.

우연히 진이와 지니를 돕게되는 노숙자 처지의 김민주.


작품속 이진이와 김민주는 한순간의 판단으로 누군가를 돕지못했다는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그러던중 그 트라우마를 이겨낼 상상밖의 일을 겪게되고, 그로 인해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힘을 얻게된다.


작품은 이전의 정유정 작품처럼 온전한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있지않다. 그래서일까? 어느 부분은 몰입이 되지않고 답답한 마음이 들기까지했다. 그런 마음을 잊고 몰입하게 된것은 중반부 정도였던걸로 기억한다.

김민주...마침내 그가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자신의 어두운 내면의 그림자를 뛰어넘는 감동적인 장면(이 부분에서 나는 숨이 크게 쉬어질 정도로 숨통이 트여 혼잣말로 좋.아.라고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작품해설에서 평론가 정여울은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그는 자신을 '간장 종지'라고 비웃는 부모님의 매트릭스로부터 영원히 벗어나 고통받는 타자를 구해줄 수 있는 사람, '상처입은 치유자'가 되어 누군가를 구해줄 수 있는 구원자가 된 것이다. 그는 진이와 지니의 상처를 치유하는 미션을 아무 대가없이 떠맡음으로써 '간장 종지(민주의 아버지가 인간의 그릇을 이야기하며 아들을 빗대어한 말)'의 감옥에 갇혀 있던 자기 자신의 인생도 마침내 구해내게 된다.


인간과 가장 유사한 DNA(98.7% 일치)를 가졌다는 '보노보'-궁금한 마음에 이미지를 찾아보았다.

그나마 인간과 유사한 이미지를 찾아보려고 노력하였지만 결국 아래의 이미지를 발췌하였다.

보노보-네이버 '도토리숲출판사'블로그에서 발췌

누구나 크건작건간에 트라우마를 안고 산다.

내겐 무얼까?

그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순 없지만, 유년시절 기차와 얼킨 것이 아닐까싶다.

나도, 그 누구도 모두 '간장 종지'의 트라우마와 콤플렉스를 뛰어넘기를...

그리고 작가가 남긴 마지막 말을 되새겨본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 언젠가는 반드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어떤 순간이 온다. 운명이 명령한 순간이자 사랑하는 이와 살아온 세상, 내 삶의 유일무이한 존재인 나 자신과 작별해야 하는 순간이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 치열하게 사랑하기를. 온 힘을 다해 살아가기를.....-2019년 5월, 광주에서, 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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