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서재

달콤한 나의 도시

새롭게 출발

by 변미용

돌이켜보면 언제나 그래왔다. 선택이 자유가 아니라 책임의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항상, 뭔가를 골라야 하는 상황 앞에서 나는 어쩔 줄 몰라 진땀을 흘려대곤 했다.

때론 갈팡질팡하는 내 삶에 내비게이션이라도 달렸으면 싶다.


'백 미터 앞 급커브 구간입니다. 주의운행하세요.'


인공위성으로 자동차 위치를 내려다보며 도로 사정을 일러주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처럼, 내가 가야 할 길이 좌회전인지 우회전인지 누군가 대신 정해서 딱딱 가르쳐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이현의 첫 장편소설을 읽었다.
'낭만적 사랑과 사회'부터 '타인의 고독'까지 정이현의 소설은 거의 다 읽은 셈이다. 특별히 정이현의 팬이어서가 아니라 명료한 문장과, 현대 여성의 심리를 잘 대변하고 있어서 공감이 가기 때문이다.
제목은 '달콤한 나의 도시'이지만 결코 소설 내용은 달콤하지 않다.
어쩌면 좀 씁쓸하기까지 하다.
'달콤 씁쓸한 나의 도시?' -마치 예전에 접한 영화 제목의 패러디처럼 차라리 씁쓸이라는 말을 넣어야 제맛일 것 같은 내용이다.
그렇다고 소설이 재미없다거나 문학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재미있다. 게다가 찡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혼적령기를 넘어선 여성들의 복잡한 심리를 너무도 잘 그려내고 있다.
새벽까지 읽었더니 눈이 퉁퉁 부었다.
언제나 가라앉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