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서재

잠 못드는 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읽다.

by 변미용

토요일...

22시 52분부터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 비는

약해졌다 세어졌다를 되풀이하며, 01시 20분이 되어도 그칠 기미가 없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잠들지 못하고 있다.

오늘 대전을 5시간 왕복하며 오후 4시에 마신 진한 커피 때문일까?

아니면 초저녁에 어설피 먹은 맥주 한 잔 탓일까?

그도 아니면 도대체 왜 잠 못 들고 뒤척이고 있는걸까?


결국은 잠을 포기하고 책꽂이에서 시집을 한 권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이 밤에 선택한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 속의 시들은

여느 때보다도 가슴에 쏙쏙 들어온다.

많은 시들 중에서

'봄 길'과 '풍경 달다'를 메모지에 옮겨 적어 보았다.


봄 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들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풍경 달다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시 두 편을 옮겨 적어도 역시 잠은 오지 않는다.

오늘 밤, 잠은 포기하는 걸로~~

이 밤, 눈 대신 비가 내리는 걸 보니,

봄이 머지 않아 찾아오겠지.

풍경 소리 평온하게 울리는 운주사 한 번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