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지말고 침묵할 것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사랑법>

by 변미용

오늘 유독 머릿속에 맴도는 시가 있다.
강은교의 시집 '그대는 깊디 깊은 강'에 수록되었던 '사랑법'이란 시다.
왜이리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걸까?

처음 '사랑법'을 접했을 때의 느낌 때문일까?

시의 첫번째 연이 가슴을 쿵 울리고

마지막 연이 살며시 등을 토닥이는 듯했던...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어쩌면 절제의 마음을 이리도 담담하게 서술할 수 있을까...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말을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평생이 걸린다.'고 했다.


말도, 감정도 때론 침묵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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