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셔도 술이 취하지 않는 밤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by 변미용

나는 맥주를 좋아한다.

사실 마실 수 있는 주종이 맥주밖에 없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소주는 쉽게 취하고, 양주는 목넘김이 힘들고, 막걸리는 너무 진하다.

참 이유가 많다.

그래도 맥주는 좋아해서 수제맥주까지 고루 즐기는 편이다.

물론 맥주 먹고도 취하는걸 보면 유전적으로 술을 잘 못마시는 체질이다.


그런데 오늘 맥주로 시작했지만, 소주도 반 잔, 막걸리도 서너잔 마셨는데 관사로 돌아온 지금 정신이 너무 맑다. 15기 장학사님이 칠석이라고 보내준 오작교 사진의 푸른색처럼 머릿속이 청명하다.

마음이 헛헛해서일까

무언가 채워지지 않은 헛헛함이 술기운도 오르지 않게 막나보다.

어쨌든 다행이다.

오늘도 무사해서

오늘도 참을 수 있어서...

밀물
-정끝별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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