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1일자로 한 학년에 9개 학급이 있던 큰 학교에서 떠나와 평창의 3학급짜리(두 개학년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복식학급으로 3학급이 구성된 학교) 학교로 발령이 났다.
전체 교직원이 80명이 넘던 큰 학교와 교사 3명, 교장선생님, 행정실 직원 3명, 조리사 1명의 작은 학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났다.
일단 우리반은 3,4학년 복식학급으로 3학년 7명, 4학년 6명이었다.
인원 수는 많지 않았지만 두 개 학년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좀 벅찬 일이었다.
매 주 나가야 하는 주간학습안내를 2개 작성해야 했고, 3학년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아이들이 문제를 푸는 동안 4학년을 가르쳐야 했다.
게다가 교사 수가 3명밖에 안되어, 1인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너무 많았다.
학교문집과 학교신문만을 담당했던 이전학교와는 다르게
나는 제일 어리다는 이유로, 정보, 과학, 보건, 방과후, 기타 운동회며 학예회의 무용 지도 등을 맡아야 했다.
그래서 힘들었다는 얘기를 하려는 걸까?
그건 아니다.
오히려 반대이다.
큰 학교에서 학생 및 학부모들과의 소통, 그리고 학습에 대한 부분들만 고민했다면
작은학교에서는 학교 운영의 전반에 관한 부분, 그리고 아이들의 삶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
나보다 스무살 쯤 많았던 교무부장님은 정말 아이들에게 엄마나 친할머니같은 존재였다.
어느 날, 어떻게 아이들하고 그렇게 잘 지내냐고 물어봤을 때
그 선생님은 이렇게 말해주셨다.
"아이들은 말이야, 다 알아. 선생님이 정말 자기를 사랑해서 안아주는지 아닌지...그러니까 아이들을 안아줄 때는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꼭 안아줘야 해. 진심을 다해서..."
그 말을 듣고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큰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야단치고 윽박지르고 했던 일, 다른 반보다 더 많은 상을 가져오기 위해 보이지 않게 애썼던 일, '열정'과 '의욕'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했던 일련의 일들에 정말 얼마나 '사랑'이 담겨 있었을까...
나름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활동들로 아이들을 신나게 참여하도록 했지만, 난 그저 교사였지, 진심으로 아이들을 품어주던 참스승은 아니었다는 반성이 들었다.
그 때부터 나는 아이들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열악한 환경이라 꼭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처럼, 문화적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 정말,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함께 나가서 눈싸움도 하고, 축구도 하고, 봉숭아 물도 들이고, 별자리도 보고...
운동회 때 동네 잔치를 하려고 수건 포장해서 집집이 다 돌아다녀서 구두굽이 망가지기도 하고...
그렇게 그 학교에서 5년 반을 꼬박 함께 했다.
학생들과도, 학부모들과도 잘 소통하고 이해했다.
그리고 그 때의 기억이 내게 참 많은 성장을 가져왔다.
그리고 또 10년이 지났다.
[작은 학교의 힘]이라는 책을 교육지원청 서고에서 발견하고, 두 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시간을 내어 읽게되었다. 현직교사인 박찬영 선생님이 쓴 책으로, 내가 가졌던 느낌, 과정, 고민과 비슷한 내용들을 경험하고 적어놓아 참 공감이 갔다.
큰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
큰 학교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을 작은 학교에서는 배울 수 있다.
도심에 있고 다니기 편하다고 해서 좋은 학교는 아니다.
명문대에 진학한 졸업생이 많다고 해서 좋은 학교는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 자체만으로 소중한 학교,
학생들을 이해와 배려로 이끄는 학교,
학부모들이 남의 자식도 내 자식처럼 눈여겨보고 아껴주는 학교가 좋은 학교다.
어제 언론 보도에서 강원도 초등학생 수가 5년 후면 9천4백명이 줄어든다고 한다.
학교가 작아진다고, 학교가 없어진다고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이 작은 학교를 큰 꿈을 기를 수 있는 학교로 만들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