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또한 직업병이다.
'추억을 잃어버린 모든 이에게 우리 시대 문인들이 전하는 특별한 수업 이야기'라는 짧은 책소개글을 보았을 때, 교직에 몸담고 있는 나는 진짜 '수업'을 생각했다.
추억속의 교실에서 다섯손가락에 힘을 주고 손을 번쩍 들고 있는 학생의 뒷모습이 담긴 사진이
책자켓으로 큼직하게 책을 감싸고 있으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으리라.
물론 이 책 '수업'에는 학생과 교사들의 수업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그냥 수업이기보다는 인생을 알려주는 수업 이야기가 이 책 전반의 이야기이다.
사는 게 힘들고 고단할 때, 생각지도 못했던 고난이 닥쳤을 때,
우리가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를 이미 오래전에 크고작은 수업을 통해 배운 지혜로 파악해야 한다.
시인과 소설가들이 자신들의 인생에서 소중한 가르침이라고 생각하는 다양한 수업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 번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책. 이 책 또한 또다른 수업이 될게다.
앞으로의 길에 작은 등불이 되어줄, 이 책에서 얻은 소중한 글귀들을 적어본다.
"그리 좋은 교사가 아니었던 내가, 재미도 감동도 없었던 내 수업이 미안했다. 그리고 하나 더...더 멋지게 살지 못하는 내가 미안했다."-174p 열여덟살의 문학 수업 중에서
"이시영은 나더러 늘 촌놈이라고 한다. 촌놈들은 세상을 머뭇거린다. 변하는 세상이 두렵고 얼른 길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그도 아마 그럴 것이다."184p 얼떨결의 첫만남 중에서
"그래, 글 쓰려고? 작가는 혼자 길을 가는 사람이에요. 다른 많은 것을 하면서 가는 길이 아니에요. 문학은 끝없는 인내와 탐구고 상상이지. 세상에서 제일 멋진 일을 하려 하는군."
...문학은 지난한 것인 만큼 짧은 인생의 가장 의미있는 장르다. 나는 지금도 그때 학창 시절의 외로움과 막막함으로 글 앞에 앉아 있다." 198p 나의 세친구와 석사교사에게 중에서
"달빛도 없고 별빛도 없는 캄캄한 밤길에 성냥 한 개비 켜서 한 발자국 걷고 또 성냥 한 개비 켜서 한 발자국 걷는 심정으로 글을 쓰는 것."-212p 겨자나 와사비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