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저녁수영일기1
"수영강좌 신설 안내-시간 21:00~21:50"
한 번도 못 가봤지만 언젠가 가고 싶어 팔로우해놨던 수영장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런 게시글이 올라왔다. 잠깐만, 21시? 저녁 9시? 순간 잘못 봤나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저녁 9시 타임이 맞다. 이거다. 이거야 싶었다!!
원래 이 수영장의 마지막 수업 시간은 저녁 8시이다. 저녁 8시 수업에 가려면 최소 7시 반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이 시간엔 가족들 저녁 식사 챙기고, 큰 아이도 학원에서 데려와야 하는 나에게는 굉장히 바쁜 시간이다. 새벽 수영반도 있지만 등록 경쟁률이 세고, 아침잠 많은 나에게는 사치다. 결론은 저녁에 운동을 하자!인데 마땅한 시간이 없어서 멈춤 상태였다. 저녁 8시 10분부터 시작하는 필라테스 수업에 석 달 정도 참여해 봤는데 정적인 운동을 선호하지 않는 나에게는 잘 맞지 않았다. 스스로 챙겨 운동해야 하는 헬스장도 잘 맞지 않았다. 헬스장에 기부 천사가 될 일이 뻔했다. 집 앞이 공원이지만 아이들과 산책할 때 걷는 게 다이다. 혼자 하는 힘이 부족하다. "정해진 수업 시간에 일정한 금액을 내고 참여하는" 형태의 운동이 필요했다.
수영은 초등학생 때 3년 정도, 신혼 때 1년 정도 했던 운동이다. 첫 아이 임신 준비를 하면서 그만두게 되었다. 수영을 하면 몸과 마음이 편해졌다. 힘든 구간도 있었지만 성취감도 있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운동 신경이 좋지 않은 편이지만, 수영은 꾸준히 하면 한 만큼의 결과를 보여주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큰 아이가 어느덧 4학년인 12년 차 워킹맘. 수영장은 아이들과 함께 가는 워터파크가 전부인 아줌마가 되었다. 워터파크 유수풀에서 아이들 튜브를 끊임없이 밀어주고 나면 여기가 수영장인지 컨베이어 벨트인지 헷갈릴 정도. 수영장에서 얼굴 한번 물에 못 담그고 나오는 때가 일수였다. 그러던 나에게 수영장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번개와도 같은 신호로 느껴졌다.
수영장에 문의 전화를 했다. 일단 모집글을 올리긴 했는데 신설 강좌인 데다 시간이 늦어서 아직 수강생이 별로 안 모였단다. 수강생이 어느 정도 모이면 수업을 시작할 것이고, 모이지 않으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우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수업이 시작되면 '꼬옥' 연락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래, 저녁 9시 수업인데 누가 오겠어? 저녁 9시면 하루를 정리하고, 휴식해야 할 시간인데 이 시간에 수영 강습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반포기 상태로 5월 연휴가 지났고, 어느새 마음에서는 미련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러던 월요일 오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ㅇㅇ수영장입니다. 저녁 9시 수업 대기하셨죠? 오늘부터 수업 시작이니 등록하러 오세요." 오늘 당장 수업 시작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내 두뇌는 빨라지기 시작했다. 일단 수영복, 수모, 수경을 준비해야 하고, 아니지 그전에 남편한테 이야기해야 하고, 잠깐만 오늘 구몬 선생님 오시는 날이잖아. 어떡하지? 내일부터 간다고 해야 하나? 갑작스러운 전화에 마음만 바빠졌다. 우선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게시글이 떴을 때 운을 띄워놓긴 했는데 갑작스러운 등록 전화에 우선 남편의 승낙이 필요했다. 수영복은 있는지, 가보라는 카톡에 입꼬리가 씨익 올라간다. 땡큐 남편!! 그다음 스테이지는 수영복, 수모, 수경이다. 보자 보자.. 한참 전 브랜드 창고 세일 때 혹시 몰라 사두었던 실내용 수영복이 어딘가에 있을 거고, 수모는 없다. 수경은 큰아이가 쓰던 것이 있다. 그래 일단 가보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수모는 퇴근하며 사러 가면 되고, 수영복은 조금 끼이긴 할 테지만 일단 입어 보자. 큰 아이 학원에 데려다주고, 작은 아이 하원 후에 수영복 가게로 달려갔다. 기본적인 수모를 하나 사고, 빠르게 준비물을 챙겨놓았다. 오늘은 남편이 아이들 저녁 담당과 구몬 선생님 맞이를 해주기로 하였다. 이로써 모든 준비는 끝났다. 전사여 수영장으로 출정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