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저녁수영일기5
*이번 글의 제목인 '미쳤다 오리발 이 좋은 걸 왜 이제 신었지?'는 인스타그램 @newdoingswin 님의 <수영에 대한 마음> 게시글에서 인용했음을 미리 밝힙니다.
저녁수영 어느덧 한 달 차, 폐강되면 어쩌나 싶었던 저녁 9시 수영반은 어느 정도 안정적 궤도에 올라섰다. 나와 비슷한(또는 더 잘하시는) 레벨의 강습자들로 이루어진 한 반과 초급자 한 반으로 나뉘었고, 각 클래스의 인원도 어느 정도 고정이 된 모양이다.
강습을 마친 어느 날, "내일 수요일이죠? 내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숏핀 가져오세요."라고 하신다. 숏핀, 숏핀이 뭐지?
"혹시 숏핀 없으신 분 계신가요? 없으시면 제 것 먼저 빌려드릴 테니 어떤 건지 보고 사세요."라는 선생님.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선생님, 저 없어요." 발 사이즈를 물어보신다. '아~ 오리발 얘기 하시는 거구나.' 짐작해 본다.
짐작대로 숏핀은 오리발의 한 종류였다. 오리발의 종류는 4가지가 있다. 롱핀, 숏핀, 스쿠버/프리다이빙용 오리발, 스노클링용 오리발.
실내수영장에서 사용하는 오리발은 롱핀과 숏핀이 있다.
마침 선생님의 발 사이즈와 내 발사이즈가 비슷해서 선생님 것을 신어보았다. 와, 물속에서 날개를 달면 이런 느낌일까? 내가 마치 한 마리의 청새치가 된 듯하다. 숏핀을 신으니 속도가 올라가고, 힘이 덜 든다. 팔을 몇 번만 저어도 25m 반대편에 가 있다. 오리발을 신으면 다리 힘도 생기는 걸까? 매가리 없이 '살려줘요' 접영이던 내 폼도 꽤 나아지는 것 같다.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브랜드의 오리발을 구입했다. DMC 브랜드의 젤리큐브라는 제품이다. 색상은 상큼한 노란색으로!
이 노란색 오리발을 선택한 데에는 나의 어린 시절 추억도 담겨있다.
초등학교 2학년인가 3학년 때 수영을 처음 배웠었는데, 한참 진도도 잘 나가고 어느덧 오리발을 구매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평영을 마치고 접영을 배울 차례였던가. 엄마는 큰맘 먹고 거금을 들여 노란색의 빛나는 오리발을 사주셨다. 그때 당시 꽤 비쌌던 제품이었다. 그런데 그 무렵 나는 사춘기 소녀로의 몸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티셔츠에 가슴이 스치기만 해도 아프고, 누가 나의 몸을 보는 것도 싫었던 초예민 난리부르스 소녀였다. 오리발을 사고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수영 그만 다니고 싶다고 엄마한테 말씀드렸다. 지금 기억으론 엄청 혼났던 것 같은데...(그럴 거면 오리발을 왜 샀냐, 사기 전에 말해야지 등등) 그렇게 혼나면서도 꿋꿋하게 수영을 그만두었다. 얼마 전 친정에 방문했을 때 이 이야기를 꺼냈더니 엄마와 여동생이 "너(언니) 오리발 사고 얼마 안돼서 수영 그만둬서 엄청 혼났었잖아."라고 이구동성 이야기한다. 그렇죠.. 제가 잘못했죠.. 지금 나의 아들이나 딸이 그런 행동을 한다 해도 나 역시 노발대발했을 것이다. (엄마 미안...) 아무튼 그런 오리발에 관한 추억-끝까지 수영을 마스터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오리발에 대한 미련-으로 나는 노란색이 포인트가 된 오리발을 골랐다. (샛노란 오리발은 없더군..)
나의 '노란' 숏핀을 신고 처음 맞이하던 숏핀데이를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 수영 강습 시간이 끝나가는 것이 아쉬웠다.(평소엔 너무 힘들어서 언제 끝나나 시계를 10번쯤 본다.) 숏핀을 신고 수영을 하니 수영 엄청 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수영을 시작하고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 수영 관련 계정들이 많이 나타난다. @newdoingswim 이라는 계정에서 '수영에 대한 마음'이란 게시물을 발견하였다. 미쳤다 오리발 이 좋은 걸 왜 이제 신었지? 누가 내 마음에 들어갔다 썼나. 지금 나는 수영에 대한 마음이 최고치구나. 이 허니문을 마음껏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