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저녁수영일기-11
10월 마지막주에 대대적인 수영장 타일 공사가 시작되었다. 공사 기간은 한 달,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나를 저녁 수영길로 인도하신 호랑이 선생님은 개인 사정으로 인해 다른 시간대로 수업을 옮기셔서 마지막 수업이었다. 6개월 동안 정이 많이 들었는데 아쉬웠다. 처음 2명 수업으로 시작한 9시 수업반은 부흥에 부흥을 거듭하여 4개의 반으로 성장하였다. 선생님은 마지막 수업까지 우리에게 당부를 잊지 않으셨다.
"공사가 끝나고 나서도 이 멤버를 기억해 두세요. 그래야 다시 돌아오셔도 그대로 수업하실 수 있어요."
공사 기간 동안 다른 수영장에 등록을 해야 할지 이리저리 알아보았지만 시간대가 맞지 않았다. 주 2회 정도는 자유 수영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두 달 동안 수영장 근처도 가지 않았다. 역시 강제적인 시스템 없이는 운동할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다. 나를 인정하자.
한 달이 지나자 반가운 문자가 왔다. '수영장 운영 개시. 강습도 정상 운영합니다.' 그 뒤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수영장 공사에 차질이 생겨 보수 공사를 시작합니다. 운영 개시일은 추후 안내드리겠습니다.' 소문으론 오전 강습 때 타일이 붕 떴다더라, 시멘트 물이 흘러나왔다더라 하는 소식이 들려왔다. 기약 없는 연기에 뱃살만 나날이 늘어가던 무렵, 드디어 공사 완료 문자가 왔다.
수업 시작일은 금요일이었다. 금요일은 건너뛰고 월요일부터 다시 갈까 순간 고민했지만 나를 믿을 수가 없었다. 또다시 미루면 일주일을 그냥 흘려보낼 것 같았다. 어라, 그런데 수영장이 너무도 썰렁하다. 호랑이 선생님이 기억해두라던 멤버들이 아무도 없다. 오늘은 나 포함 5명 출석. 한 반이 아니라 전체 인원이 5명이었다. 이 일을 어쩐담. 새로 오신 강사님 두 분도 어리둥절한 눈치다. 원래 이렇게 인원이 없냐고, 이렇게 적으면 폐강될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말을 하신다. 금요일이라서 그럴 거예요.라는 씁쓸한 말을 남기고 고요한 수영장을 유유히 헤엄쳤다.
폐강의 불안함을 안고 월요일이 되었다. 수영장에 들어서니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가볍게 인사하고 안부를 물었다. 두 달 동안 다른 곳에 강습 다녀오신 분, 자유 수영 하신 분, 다른 운동 하신 분, 나처럼 편안히 쉬신 분. 다양한 루트들을 돌고 돌아 다시 모였다. 초급 A,B반, 중급 A,B반으로 재정비되었다. 나는 기존 멤버들과 함께 중급 B반에 배치되었다. 강사님이 지켜본 후 반이 내려갈 수도, 그대로 남을 수도 있다고 했다. 내려보낸다고 서운해하지 말라는 당부의 말을 하였지만, 절대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허벅지가 터지도록 발차기를 했다. 예전 선생님과 수업 스타일이 많이 달라 적응하는데 일주일이 걸렸다. 수영 그만해야 되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자 정신이 차려졌다. 살아남고 싶다. 살아남아서 상급, 연수반까지 가고 싶다. 접영을 우아하게 하고 싶다. 100M를 내달려도 평온한 숨을 유지하고 싶다. 사이드턴, 플립턴을 완벽 마스터하고 싶다. 부드럽게 IM 하고 싶다. 수영장은 돌아온 탕자를 언제나 반겨준다. 이제 방황하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