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멋쟁이 토마토'는 참으로 철학적이네
아기를 키우게 되면 자연스레 동요를 많이 듣게 된다. 내가 아이였을 때부터 듣고 자란 동요뿐만 아니라, 나 때는 없었던 새로운 동요들도 유튜브를 통해 쉽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여느 날처럼 동요 믹스를 틀어놓고 아기와 놀고 있던 중, 리듬이 너무나 맘에 드는 노래가 나와 흥에 겨워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가사에 귀를 기울이는데 가사가 너무 멋져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요가 되어버렸다!
울퉁불퉁 멋진 몸매에~ 빨간 옷을 입고
새콤달콤 향기 풍기는~ 멋쟁이 토마토~ 토마토!
나! 는! 야! 주스 될 거야~
(꿀꺽)
나! 는! 야! 케첩 될 거야~
(찍)
나! 는! 야! 춤을 출 거야~
(헤이)
뽐내는 토마토~ 토마토!
토마토를 주인공으로 해서 토마토들의 장래희망(?)을 이야기하는 것도 신선한 아이디어지만 정작 내가 꽂힌 부분은 마지막 춤을 출 거야! 였다. 다른 토마토들이 나는 무엇이 될 거야. 라며 미래를 이야기하고, 명사인 꿈을 이야기하는 동안, 나의 마지막 토마토는 댄서가 될 거야, 발레리나가 될 거야 같은 꿈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춤을 출거야! 라며 현재, 동사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다.
아, 얼마나 멋진 토마토인지!
얼마 전, 초등학생들이 20년 후 뭐 하고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20년 전 라테) '제 꿈은 우주과학자예요. 피아니스트예요. 교수예요.' 등이 유행(?)이었었고, 그 뒤에 '저는 연예인이 될 거예요, 유튜버가 될 거예요.' 같은 것도 이해가 가능하다.
그런데 내가 본 영상에서 나를 슬프게 한 아이들의 대답은
"저는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조기축구를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축구선수가 되고 싶기는 한데 생각보다 그렇게 되기는 어려우니까. 제 실력으로 축구 선수는 왠지 못할 것 같아서.."
"그림을 직업으로 갖고 싶긴 한데 돈을 못 벌 것 같으니까 직업으로 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과학자가 되고 싶기는 한데 잘 안될 것 같아요. 계속 발명에 실패해서 과학자는 접고,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 될 것 같아요."
이 말들이 겨우 12살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라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물론 저 말들이 정말 아이들이 생각해서 한 대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주위 어른들한테서 들은 말을, 아직 제대로 사고하지 못하니 그대로 말한 것일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알지 않는가? 내가 자주 들은 말이 내 인생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을. 저 때부터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현실적인 이유로 접어야 된다고 듣고 자란 아이들의 미래가 얼마나 밝을 수 있을지 말이다.
그런 걸 보고 나니 나의 '멋쟁이 토마토'가 더 멋있게 느껴졌다.
다른 토마토들이 '나는 케첩이 될 거야 (사람들한테 먹히겠지만), 나는 주스가 될 거야 (사람들한테 먹히겠지만)' 하는 와중에 '(그딴 거 필요 없고) 나는 춤을 출거야!' 라니!
나는 내 아이가 현실적인 고민은 내게 맡겨두고 (적어도 아이인 동안은) 자기가 즐거워하고, 재미있어하는 일을 현재 하면서 즐거워할 수 있으면 좋겠다. 미래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거야,라는 명사형 꿈을 말하기보다, 나는 그림을 그리면 즐거우니까 20년 후에도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을 거야,라는 동사형 꿈을 말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부디, 영상의 저 아이들도, 어른들에게 들은 저 비관적인 말들이 아니라, 자신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한 두 가지 가지고 살면서,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그게 편의점 알바라면 괜찮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만 있으면 훌륭한 직업이다. 그러나 자신이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데, 자기 실력으로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지레짐작으로 포기해서 선택하는 차선책을 꿈으로 두진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제목의 이미지는 키즈퐁당 유튜브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저작권에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https://youtu.be/xZIjIpZ2gxI?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