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재우려고 같이 침대에 누워있은지 한참이 지난 때였다.
'오늘도 안 자고 자꾸 장난만 치네. 여느 때처럼 너 침대 가서 자라고 단호하게 얘기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에라이. 그냥 같이 놀아버리자. 지치면 놀다가 잠들겠지.' 생각하고는 간지럼도 태우고, 다리도 잡아서 하늘에 올렸다가 내렸다가 하고 놀고 있었다.
아기 때 하늘 자전거를 해주던 게 생각나서 아예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고 아이 머리 쪽에 자리 잡고 앉아서 아이 양발을 한 손씩 잡았다. "하늘자전거를 탑시다~" 예전에 막 지어 부르던 노래까지 부르며 발을 아이 몸 쪽에 붙였다가 멀리 떨어뜨렸다가 하면서 놀고 있었다. 아이는 이게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깔깔 대며 좋아하다가 갑자기 말했다.
"스프거나 하나면 리오하티아."
"응? 뭐라고?"
"슬프거나 화나면 리오하티아."
"슬프거나 화나면 뭐라고?"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감이 안 잡혀서 다시 물었다.
"슬프거나 화나면 레오하테 와."
"아, 슬프거나 화나면 레오한테 오라고?"
"응"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그런 거."
또르르.
저항 없이 눈물이 줄 흐른다.
문맥상 이게 맞나.
방금 전까지 깔깔거리면서 자기 싫어서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슬프거나 화가 나면 자기한테 오라니. 그러면 안아주고 뽀뽀를 해준다니.
주르륵 흐르던 눈물이 자꾸만 커지고 커져서 소리가 되어 터져 나왔다. 엉엉 목을 놓아 울었다.
내 안에 뭔가 단단한 것들이 우스스 부서지며 사라지는 것 같았다. 지난 3년간의 육아의 힘듦 같은 것들이 아니었다. 아이가 세상에 있기 전부터 내 안에 쌓아왔던 어떤 벽 같은 것들이었다.
재우러 들어간 내가 갑자기 통곡하며 울자 거실에 있던 남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괜찮아?"
사정을 듣고 난 남편은 "근데 왜 울어?" 한다.
"너무 감동받아서."
나는 한 번도 내 아이에게 '슬프거나 화가 나면 엄마한테 와.'라는 따스한 말을 해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저 아이는 어떻게 갑자기 저런 말을 내게 건넸을까.
아이 수건을 가져다가 눈물을 닦고 있는데 또 아이가 말한다.
"레오가 해줄게."
그러고는 그 수건으로 내 얼굴을 닦아준다.
남편이 다가와 나를 안아주자 내 아이가 내게 팔을 벌린다.
내가 다가가 안기자 나를 두 팔로 감싸 안고는 토닥이더니 내 볼에 입을 맞춘다.
너무도 작아 내 품에 들어오다 못해 으스러질 것 같았던 그 작은 아이가, 불과 3년 만에 나를 자신의 품에 품어준다. 기대하지 못한 치유였고, 상상하지 못한 구원이었다.
나는 아마도, 또는 확실하게 내 남은 일생 동안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