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을 따라! 노르웨이에서 병원 가기
아기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후로, 전부터 많이 들어왔던 '어린이집에 다니면 아기들이 자주 아프다.'는 말이 현실이 되었다. 이제 다니기 시작한 지 3달 정도 되었는데 그 사이에 벌써 두 번이나 크게 아팠다. 이번에는 RS바이러스에 걸려서 2월 들어서 이번주에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다시 가기 시작했다. 아기가 아프니 엄마, 아빠도 다 옮아서 온 가족이 다 앓았고, 회복하고 간병하다 보니 2주라는 시간이 정말 훌쩍 지나가버려 2월이 벌써 끝나간다.
아기가 아프거나, 가족이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생기면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된다.
한국에서 3달을 보냈을 때, 아기가 열만 나도 바로 갈 수 있을 정도로 소아과가 가까이 있었고 (줄은 길었을지언정), 휴일이나 밤에도 진료를 해주어서 부모로서 마음의 평화를 쉬이 찾을 수 있었다. 일반 감기인 경우 약을 먹어서 낫는 게 아니고 증상을 경감해 주는 수준이더라고 어린 아기가 있는 부모로서는 그것에 감사하고 안도하게 되는 게 당연하다. 또한, 응급실도 가까이 있고, 사람이 미어터지지 않아 급하게 아기의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이번에 아기가 아팠을 때,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아기 몸이 축 처지고, 열 때문인지 숨도 빠르게 쉬어서 부모로서 걱정이 많이 되었으나 아기의 주치의는 금요일부터 쉬는 날이라 볼 수가 없었고, 600 NKR(현재 환율로 76,300원) 정도를 내고 간 사립 병원에서도 그저 '물을 많이 먹이고, 해열제를 교차 복용 시키며, 코가 막혀 힘드니 코를 자주 씻어주라.'는게 다였다. 해열제는 처방도 해주지 않아 두 번째 갔을 때에서야 해열제를 처방받아 올 수 있었다. 밤중에 너무 숨을 빠르게 쉬고 힘들어 보여서 119에 전화를 하고 영상통화로 아기를 보여주니 '혹시 모르니 응급실에 가봐라.'라고 해서 급히 가보았지만 우리 차례는 계속 밀리고, 심지어 의사가 있는지도 모르게 줄이 줄질 않아서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기다리다 이게 더 아기한테 힘들 것 같아 의사도 못 보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다. 간호사에게 물어봐도 '무슨 일'이 있어서 언제 진료를 볼 지 모른다고 대답할 뿐.
주치의가 문을 열었을 시간에도 예약이 가득하면 못 가는 게 당연한 거고, 그나마 아기일 경우에는 그 사이에 잠깐 짬이 나거나 하면 봐주는 식으로 차례를 우선 부여해주기는 한다. 아기는 18세까지 공립병원이든 처방약이든 무료이기 때문에 좋다고 생각될지언정, 혹시나 아기가 크게 아프거나 해서 2차 병원이나, 3차 병원 등 더 큰 병원으로 가려면 몇 개월 기다리는 것은 예사다. 우리 아기는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것 같아서 정확한 검사를 위해 주치의한테 부탁을 했더니, 음식 알레르기를 판별해 주는 어린이 병원으로 연계를 해준다고 해서 받은 날짜가 3개월 후다(아직도 가지 못했다). 나는 출산을 하고 비뇨기에 불편함이 있어서 산부인과를 연계해 주라고 하니 그것도 또 3개월 뒤다. 그러면 내게 남은 옵션은 두 가지. 3개월을 불편함을 참으면서 기다리든지, 2000 NKR 이상(25만 원 정도~)을 내고 사립병원을 가는 거다. 병의 중함에 따라 기다리거나 빨리 받기 위해 사립병원을 택하게 된다.
노르웨이의 기본 급여가 높으니 저 정도는 싼 게 아닌가 싶지만, 급여가 높더라도 내야 하는 세금이 그에 따라 올라가고, 물가 자체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저 정도 금액은 여기서도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다. 가격이 높으면 만족도라도 높으면 좋을 텐데, 사실 정말 별게 없기는 사립병원도 마찬가지이다. 공립이나 주치의에 비해서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해 준다는 것 외에는 특별히 검사가 필요하지 않을 경우 더 검사를 해주지도 않고 컨설팅 비용만 저 정도가 된다.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의사를 만나는 게 하늘의 별따기일 수도 있고, 정부에서 의료에 많은 지원을 해주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출산율이 낮아 문제인 것은 여기도 마찬가지인데, 최근 자연출산센터 하나도 정부 지원이 부족해서 문을 닫았다. 출산율을 높이려고 한다면서 이런 쪽에 지원을 안 해주는 건 무슨 정책인 건지).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래서인지 노르웨이에서는 아프면 3가지를 찾는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저게 무슨 약이냐 싶을 수 있지만 정말 대다수의 노르웨이 인들은 이 세 가지로 버티고 산다. 어렸을 때부터 병원에 가기가 힘드니 이렇게 살아온 건지, 아니면 이렇게 하면 괜찮다고 진심으로 믿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3가지는 파라셋(타이레놀의 노르웨이 상품명), 트란(오메가 3, 비타민D가 가득한 액체 건강기능식품, 알약도 있다), 차(마시는 차)다. 어른이 감기몸살로 인해 주치의를 찾으면 약처방은 없이 '많은 차를 마시면서 충분히 쉬세요.'라고 이야기한다. 어디가 아프든 파라셋이면 해결될 것이라고 믿으며 파라셋을 먹는다. 평소 건강관리는 트란으로 한다.
한국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의료계와 일반인, 정부의 대립을 보면 안타까운 게 사실이다. 사실 양쪽 다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더 어려운 문제이다. 그래서 노르웨이와 한국의 중간 정도를 생각해 본다. 간단한 감기로는 병원을 자주 찾지 않는 노르웨이 인들의 믿음(쉬면 낫는다)이 한국인에게 조금 더 있어서 (이는 매우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노르웨이처럼 병가를 쓰는 것이 자유롭지 않은 한국에서는 특히나) 의료인들의 업무로드를 조금 덜어주고, 실제 진찰이 필요한 사람들이 그 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주는 것. 또,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정말 중요하지만 담당 일을 하는 의료인으로서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벅차고, 그에 대한 대가는 충분하지 않은 과들에게는 수가를 팍팍 대줌으로써, 의료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더 많은 의료인들이 그 길을 찾을 수 있는 등의 대안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대안은 그저 한 사람의 생각일 뿐이고,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너무나 좋은 의료시스템을 가진 한국이 그걸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고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노르웨이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여기의 의료시스템과 비교해서 오랜만에 글을 적어보았다.